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원배 May 25. 2020

주고받는 것도 기준이 있다

온라인 수업도 몰입해서 들어야 한다.

퇴계 이황 선생은 남에게 물품을 받는 것과 못 받을 것, 받는 것과 안 받는 것을 엄격히 구분하셨다.


첫째,  나이 많은 연장자가 권하는 것은 사양하지 말아야 한다.

"사양에도 도가 있네, 친구사이에는 사양하는 것이 옳지만 어른이 권하는 것은 사양 말고 받아야 하네." 나이 많은 연장자가 권하는 것을 사양할 때는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먼저 앞서야 한다. 부득이하게 사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씀드려야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커피숍에서 여러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었다. "선생님 차 값은 저희들이 계산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가 혼난 적이 있었다. 이황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예전 담임선생님이 하실 말씀이 생각난다. 


둘째, 아무리 부모를 위하는 일일지언정 조금이라도 불의가 있으면 그 물건을 받을 수 없다.

퇴계 이황 선생은 아들이 보내온 은어를 받고서 다음과 같이 편지를 썼다. 

'은어가 어디서 생겼는지 잘 알았다. 출처를 알았기 때문에 받아도 무방할 것 같다.

흔히 효심이  지극하면 무슨 일을 하든 괜찮은 줄 알지만 부모를 위하는 일일지라도 

조금만 불의가 끼어 있어도 아니 된다.' 


셋째, 의롭지 않은 것은 사양하고 불의가 없으면 사양할 필요가 없다. 

자신에게 들어오는 물건들이 어떤 연유로 보내지는 것인지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준다고 덥석 받았다가는 큰 코 다치기 일쑤다. 항상 불의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의롭지 않은 물건은 정중히 거절할 줄 아는 마음의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넷째, 남의 물건을 받을 때에는,  의. 불의를 꼭 알아보고 박절하지 않게 한다.

'퇴계 이황 선생은 친한 친구 중에서 더러 물건을 보내오는 경우가 있었다.  군수나 감사들이 보낸 물건은 반드시 의로운 것인가. 불의로 얻어진 것인가를 밝혀본 후에 그 물건을 받았다. 여러 친구들에게 물건을 나누어 줄 경우에도 그 사람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여러 모로 생각을 깊이 했다.'

'국왕의 하사품이라도 책은 받고, 밀이나 향, 돈피 가죽옷 같은 것은 받지 아니하고 반환하였으며, 상의원과 상의하여 처분하였다.'

<출처: 퇴계선생 일대기(권오봉)> 


주고받은 것에 어떠한 의도가 없을 수는 없는 것 같다. 정말 고마워서 그동안의 은혜에 감사한 마음으로 작은 성의도 받는 분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된다. 서로 주고받는다는 것 의와 불의를 따져 봐야 한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 뭔가 중요한 부탁이 있거나 잘못을 했거나 아니면 정말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퇴계 이황 선생의 주고받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이 새삼 가슴에 새겨봐야 할 듯하다. 주변과 관계 속에서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되돌려 주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도움을 받으면 고마움의 표시로, 고마움의 표시는 엉터리 생고기 집에서 소 한 마리 구워 먹으며 "수고했고 고맙네"라는 한 마디가 더 편한 것 같다.


감사한 일에 대해서는 감사하다는 표현을 고마운 일에 대해서는 고맙다는 표현을 적절히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알지 못한다. 

2012년부터 진행된 진로 직업체험 활동에는 모든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인솔해서 체험처를 방문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진로 프로그램에도 선생님들의 도움이 전적으로 필요하다. 항상 프로그램이 끝나면 선생님들의 수고로움에 감사의 표시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식당을 예약하고 행사 종료 후 와서 식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 일이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들이지만 진로교사로서 프로그램은 운영하면서 후배 샘들이 도와주는 마음이 고마워서 항상 사비라도 털어서 소주 한잔 맥주 한잔을 대접해 주고 있다. 뭔가 바라고 잘해주기보다는 내가 기획한 일에 대해 열심히 학생들과 같이 참여해줬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직장에서나 교문 나와서 다툼도 있을 수 있고 갈등도 발생한다. 그럴 때일수록 서로를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관계도 기술이다. 먼저 베풀 수 있는 마음의 여유로움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다가서고 먼저 베풀어야 한다.


가까운 사이 일수록 주고받는 것에 대해 기준이 있어야 한다. 서로의 배려와 존중하는 마음 가짐에서 상대방이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2020. 05. 25.


            



작가의 이전글 내가 관심 있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