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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배 May 26. 2020

인성의 출발은 가정이다

 겨울 방학을 며칠 앞둔 추운 겨울 아이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벙어리장갑을 끼고 털모자를 푹 눌러쓰고 부리나케 집으로 내달렸다. 장갑과 모자를 썼지만 9살의 아이에게 추운 겨울은 참아내기 힘든 계절이다. 

 “엄마 저 왔어요.”

 아이는 엄마를 부르며 대문을 넘어선다. 방안에 계신 엄마는 방문을 열고 마루를 지나 신발도 신지 않으시고 추위에 떨며 학교 다녀온 아이의 손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얼굴을 품 안에 앉아주며 추위를 녹여주려 한다. 방안에는 아이가 돌아올 시간에 맞춰서 연기가 폴폴 날리는 국과 방바닥 아랫목에 따뜻하게 데워져 밥을 준비한 점심 밥상이 차려져 있다. 추위와 배고픔에 떨었던 아이는 엄마의 따뜻함에 포근함을 느끼며 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따뜻한 품속과 따뜻한 밥상은 45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 속에서 맴돌고 있다. 어머니의 따뜻한 밥상이 지금 두 아이게도 틈틈이 식사를 했는지 확인하게 된다. 가정이 따뜻해야 아이들이 외부에서 헤매지 않고 가정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점심시간 몇몇 아이들이 교실에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교실이 좀 지저분해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교실 바닥을 쓸려고 하는데 A가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선생님 제가 도와드릴까요”라며 빗자루를 집어 든다. “어 그래, 고맙다.” 나는 아이와 교실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들을 A와 청소하면서 ‘참 반듯하게 잘 컸다’라며 칭찬을 했다. 요즘에는 청소 당번이 매주 한 번씩 진로실에 와서 청소를 해주는데 선생님이 없으면 하는 둥 마는 둥 눈치만 보다 되돌아가는 아이들도 있다. 그렇지만 누가 있던 없던지 간에 자신이 맡은 청소를 깔끔하게 해 놓고 가는 아이들도 있다. 어러 한 성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새뮤얼 스마일즈(Samuel Smiles)가 지은 <인격론>에서 에라스뮈스는 토마스 모어의 가정에 대해 "그의 집에서는 한 번도 언쟁이나 말다툼 소리가 들린 적이 없다. 가족 전원이 언제나 열심히 자신의 할 일을 다 하고 있으며, 집안은 늘 화목하고 밝은 분위기에 감싸여 있다. 토마스는 너그러운 인품의 소유자였으므로, 집안사람들이 모두 그의 말을 따랐다. 그는 가정생활의 아름다운 점을 익히 잘 알고 있는 남자였다. 그의 가정에는 애정과 의무의 관념이 구석구석까지 미쳐 있었다."라고 했다,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잘 처리하고 항상 긍정적으로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려는 모습에서 토마스 모어의 화목한 가정을 말하고 있다.     


제사를 지내고 나면 어머니는 음식을 쟁반에 담아 이웃들에게 드리고 오라고 아침 일찍 우리들을 깨우셨다. 잠도 덜 깬 상태에서 나는 음식을 들고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고 인사를 하고 전달해드렸었다. 40년 전 시골은 제사를 지내고 나던가 떡을 하던지 귀중한 식재료들이 들어오면 이웃들과 나눠먹었었다. 결혼을 하고 공항동에 신혼집을 장만하면서 고사를 지내기 위해 시루떡을 방앗간에서 주문하여 이웃들에게 동네에 새로 이사 왔음을 알렸었다.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이러한 풍습은 사라진 것 같다. 마주 보이는 앞집에만 인사하면서 떡을 돌리고 위 아랫집은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해 오신 나눠먹는 풍습을 보고 자라면서 책으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긍정적이고 배려할 줄 아는 나로 살아온 듯하다.     

얼마 전 강당에서 공연 연습을 마치고 선생님 한 분이 책상과 마이크를 정리하길래 그 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에게 

"애들아, 선생님 좀 도와드려"라고 했는데 바로 앞에 앉아 있는 두 아이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선생님 저 괜찮아요 제가 그냥 해도 돼요"라고 그 선생님은 말을 하지만, 나는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너희 두 명 이리 와바라"

“너희들이 공연 연습한 건데 선생님이 혼자 하면 가서 도와드려야 하는 것  아니니"

여기서 아이들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무대 정리를 혼자 하려고 했던 선생님에게도 책임은 있다.

"애들아 우리 이것 같이 정리하고 빨리 끝내자"라고 아이들에게 얘기했으면 아이들은 당연히 같이 치워야 하는 것으로 이해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즉 누군가 직접 보여주면서 같이 해 나가는 모습을 요즘 아이들은 잘 보지 못하고 자라난 듯하다. 그 교육이 가정에서 부모일 수도 있고 학교에서는 교사일 수도 있다.

자세히 설명해줘야 아이들은 이해하고 그대로 실행에 옮긴다.     

어느 해부터인가 학교에서 선행상이 사라졌다. 우리가 선행상을 받기 위해 선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선행상 대신 모범상이 생기기는 했다. 모범상 기준도 학교마다 학급 담임마다 다양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어느 한순간에 생기지 않는다.      

빈 교실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데 작년에 내가 담임을 했던 아이가 교실 들어오더니 빗자루를 집어 든다.     

"선생님 제가 도와드릴게요."     

"어 길동아 고맙구나" 아이는 자발적으로 나를 도와주고 다시 제 교실로 돌아갔다.

실천하는 인성교육이 학교와 가정에서 일어나야 한다. 어른들의 행동을 아이들은 그대로 흡수해 버린다. 요즘 아이들이 버릇없고 배려심 없다고 말하지 마라. 그 버릇없고 배려심 없는 아이를 만든 것이 누구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글자로 배우는 교육이 아니라 행동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흡수하고 배워나갈 수 있어야 한다. 모범상보다는 선행상 제도가 다시 학교에서 생겼으면 한다. 

 안산에 있는 초등학교 학부모님들 대상으로 강의를 준비하는데 어떤 이야기를 해야 될지 고민이다. "아이들은 모두 유니크하게 태어납니다. 다만 자라는 동안 똑같은 학교에서 똑같은 교과과정을 거치고 똑같은 학원에 가서 똑같은 내용을 배우다 보니 비슷비슷한 도토리가 되어 버린다"는 조벽 교수님의 글이 눈에 들어와서 이 글을 인용하여 강의자료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태어날 때는  아무것도 없는 하얀 도화지 상태다. 그 하얀 도화지에 어떤 그림을 그려 나갈 것인지는 부모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자신의 도화지에 어떤 그림을 그려 나가길 희망하고 계신가요?     

 피카소는 "모든 아이는 예술가로 태어난다. 문제는 그들이 자란 뒤에도 어떻게 예술로 남아 있는 가다"라고 했다.

멋진 옷을 입고 머리도 단정하지만 마음이 끌리지 않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운동복 차림으로 길거리를 다녀도 한 번 더 쳐다보게 하는 사람이 있다.     


여러분들은 어느 쪽인가요...     

     

옷차림이 머리 스타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와 인격이 첫인상을 끌게 되는 것 아닐까요.  

      

품성이 바른 사람은 어떠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도 덕이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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