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k May 09. 2021

노마드의 원래 뜻은 유목민이다

퍼블리 콘텐츠 저자 계약 외

캐나다에 도착한 지 한 달이 흘렀다. 적응하기까지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생존에 필수적인 것들이 갖춰졌다. 신분증, 인터넷, 중고차, 그리고 Mark's Office라고 이름을 지은 내 작업 공간까지. 지인들은 캐나다 노마드 생존기를 응원하면서 동시에 걱정하고 한편으로는 부러워한다. 하지만 노마드 생존기 첫 달을 지내보니 확실히 알겠더라. 노마드의 원래 뜻이 유목민인 이유를. 노마드는 낭만 따위는 사치인 유목민이다.




좋은 소식, 기다렸던 계약과 예상 못한 계약


기다렸던 번역 프로젝트를 계약했다. 솔직히 난 전문 번역가가 아니다. 그럴 실력이 안된다. 하지만 다행히 내가 활약했던 데이터 분석 컨설팅 분야에 특화된 전문 번역가가 흔치 않던 터라 기회가 찾아왔다. 그런 만큼 꼼꼼하고 자연스럽게 번역해야 한다. 혹시라도 이번을 계기로 번역 계약의 물꼬가 틀지 모르기 때문이다. 꽤 많은 분량을 3주 안에 완성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주말에도 시간을 투입해야 할 듯하다.


한편 예상 못한 계약도 있었다. 놀랍게도 유료 멤버십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에서 콘텐츠 저자 제안을 받은 것이다. 물론 흔쾌히 수락하고 정식 계약을 맺었다. 여러 주제를 두고 의견을 주고받은 끝에 먼저 <주도적으로 일하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글을 발행할 예정이다. 현재 개요까지 완성되었는데 벌써부터 최종 발행될 글이 기대된다. 확실히 유료 멤버십을 가진 이들이 읽을 글을 쓰는 것은 부담이면서 동시에 희열을 가져다준다. 유료 멤버십이기에 당연히 저자인 나에게도 수익이 돌아온다. 요약하자면 내 글이 많이 읽힐수록 수익이 커진다. 글로 돈을 벌 생각이 전혀 없는 나 일지라도 이왕이면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부가적으로 수익까지 따라와 준다면 'why not?'이다.


1호 계약인 영문 번역 출간 계약 이후 2호와 3호 계약까지 진행됐다. 확실히 계약이란 무거운 단어다.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다른 건 업무 스케줄을 미루더라도 계약 맺은 건에 대해서는 최우선 순위로 일을 진행하게 되더라. 돈의 문제가 아니라, 계약은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에 나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선 다른 어떤 것보다 계약 맺은 건에 대해서 최선의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저자 지원이 아닌 저자 제안을 받았다

노마드는 혼자 안정적이라고 끝이 아니다


달력을 넘겨 5월이 되니 확실히 많은 부분에서 안정되고 있다. 한 동안 의자가 없어 온 식구가 서서 세 끼를 먹었고, 차가 없어 왕복 1시간을 걸어 마트에 가기도 했지만 이제는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 노마드로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가족들도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 특히 이번 주부터는 아이들이 학교 등록을 마치고 비록 온라인이지만 정규 수업을 시작했다. 영어로 인한 스트레스는 예상했던 터라 그걸 감안하더라도 의연하게 보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고난의 시기를 통해서 부쩍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마드의 삶에서 가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일하는 시간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기 때문에 가족들의 감정이 내 업무에도 직접 영향을 끼친다. 이번 주는 특히 영어를 못하는 둘째가 학교 온라인 수업을 혼자서 따라가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아내와 번갈아가며 옆에서 도와줘야 했다. 어떤 날은 반나절을 딸 튜터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다음 주부터는 정규 수업보다는 영어 선생님과 개별 수업 위주로 진행하기로 했는데 부모 중 한 사람이 옆에서 대기해야 한다. 그래도 둘째가 이런 상황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빨리 오프라인 수업으로 전환되어서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해서 다행이다. 내 불안요인은 내가 감당할 수 있지만 가족들의 불안요인은 내가 온전히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기에 모두가 안정감을 갖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다.


최고의 적은 다름 아닌 조바심이다


"마크는 어떤 지 모르지만 느긋한 성격인 사람도 통장에서 잔고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걸요?"

1년 전 캐나다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었던 지인이 내게 했던 말이다. 1년을 쉬겠다고 마음을 먹더라도 통장에 쌓아뒀던 돈이 매달 줄어드는 것을 보면 느긋하게 쉴 수가 없다는 것이다. 통장 잔고는 확실히 줄어들고 있다. 초반에 정착 비용과 중고차를 비롯해 여러 물건을 구입하느라 적지 않은 돈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원화(KRW)와 캐나다 달러(CAD)가 혼재되어 있다 보니 아직 체감을 덜하고 있다. 이제 한 달이 되었고 한 달간 쓴 생활비를 정리해봐야 하는데 그러면 좀 더 확실히 감이 올 것 같다.


올해는 투자하는 해로 정했지만 그냥 가만히 있어도 조바심이 생긴다.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하다. '쉬는 해'로 정한 것이 아니라 '투자하는 해'로 정했기 때문에 투자가 잘 되어야 한다. 내년이 되면 '준비, 땅!'하고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바심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조바심이 생기면 중요한 것을 먼저 하기보다 당장 급한 것을 먼저 하기 때문이다. 내게 장기적으로 중요한 것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세워서 내년부터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바심이 생기다 보면 당장 얼마라도 돈이 되는 것을 서둘러하게 된다. 마치 하루살이처럼 말이다. 하루살이의 운명이 어떤 지를 생각한다면 하루살이로서의 생활 습관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조바심을 멀리할 수 있고 큰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다.

내 작업 공간, Mark's Office

노마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캐나다 노마드 생존기를 위해 내가 손에 쥔 무기는 다양하다. 내가 관리하는 프로젝트 차트를 보면 12개 프로젝트가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다. 말이 12개지 주중 5일 동안 모두를 관리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글쓰기 관련한 프로젝트는 주말까지 활용하고 있다. 사실 노마드에게 요일 개념은 크게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노마드로 한 달을 살아보니 딱 두 단어가 남더라.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노마드의 장점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전 세계 누구와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반 직장인보다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스펙트럼이 넓고 개수도 상대적으로 많다. 하지만 그것이 장점이자 때론 단점이 된다. 아무리 노마드여도 본캐와 부캐가 있어야 한다. 1/n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내 결론이다. 나를 대표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다른 프로젝트를 하는 데 있어서 마중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 내 글쓰기의 핵심은 브런치이다. 여기서 파생되어 <ㅍㅍㅅㅅ>, <북이오 프리즘>, <굿모닝 베트남>에서 연재하고 있고, <퍼블리>에서 콘텐츠 저자 활동을, <잔디 블로그>에서 외부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 내 고민은 브런치에서 글을 발행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브런치 말고도 글을 쓰거나 발행해야 하는 곳이 많다 보니 발생한 일이다. 하지만 잠깐만 생각해도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다른 무엇보다 내가 선택과 집중해야 하는 곳이 다름 아닌 브런치라는 것을 말이다. 내 모든 글쓰기는 사실 브런치 글이 가져다준 선물과 같다. 때문에 브런치라는 화수분이 말라 버리면 현재 있는 모든 것들도 말라 버릴 것이고 앞으로 더 새로운 열매들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선택과 집중, 그런 와중에도 생계에 대한 책임감을 놓치지 않는다면 노마드로서 초기 정착은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팬데믹은 노마드에게 기회이자 위기이다


팬데믹은 우리에게 기회일까 위기일까? 불확실성 측면에선 위기에 가깝다. 그렇다면 팬데믹은 노마드에게 기회일까 위기일까? 처음에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재택근무(Working from Home)가 보편화되고 집과 회사, 집과 집, 나아가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도 큰 장벽 없이 업무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 역시 캐나다에서도 현재 한국과도 호주와도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노마드에게, 특히 캐나다에서의 노마드에게 팬데믹은 많은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정보의 부재이다. 교류의 빈도가 줄어들다 보니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특히 내 주변의 상황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 정보의 부재는 결국 시대의 흐름을 앞서 가기는커녕 뒤따라 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물론 온라인을 통해서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순 있지만 100% 온라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우선은 온라인의 한계 안에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정기적인 온라인 모임'을 갖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5분, 10분씩이라도 나와 엮여 있는 모든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필요한 도움을 구하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노마드의 가장 큰 장점은 도움이 필요한 지인을 언제든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정보를 얻고, 상대는 도움을 받는 콘셉트를 생각하고 있다.


Do you konw Metaverse?


노마드의 삶을 시작하며 결심한 것 중 하나가 새로운 분야를 탐색하고 공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첫 목표로 세운 것이 바로 메타버스(Metaverse)이다.

메타버스(Metaverse): 가상·초월(meta)과 세계·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 세계를 뜻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전반적 측면에서 현실과 비현실 모두 공존할 수 있는 생활형·게임형 가상 세계라는 의미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출처: 위키백과)


그리고 이번 주 마침내 메타버스 관련해서 가장 유명한 도구인 유니티(Unity)를 설치했다. 대략 2주 정도 기간을 두고 초급 과정을 공부할 예정이다. 물론 유니티에서 무료 온라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노마드의 한계가 새로운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인데, 이를 극복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아마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될 것이다.

메타버스 도구 유니티(Unity) 실행 화면

새로운 분야가 있고, 그 분야가 앞으로 유망할 것이라는 자신만의 확신이 있다면 오늘 바로 시작하길 적극 권한다. 나보다 조금 더 앞서 시작한 사람들이 닦아 놓은 길이 보일 것이고,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다른 사람을 이끌만한 실력을 갖추게 된다. 앞으로 캐나다 노마드 생존기에서 메타버스와 관련한 내용도 꾸준히 다루게 되길 바라본다.




<캐나다 노마드 생존기>에서 핵심 단어는 '생존기'라고 생각한다. 캐나다도 노마드도 생존기에 비빌 수 없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선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일본에서 1년 유학 기간 동안 확실히 깨달은 건 이방인으로 살면서 아플 때 가장 서럽다는 사실이다. 앞에서 말한 모든 것들도 아프면 일장춘몽이기에. 모두 stay safe!

건강을 위해 주말마다 가족들과 하이킹을 다니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