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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Jun 03. 2021

내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들 모두 꺼져!

어느 직장이든 꼭 있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이래라저래라 하는 직원이다. 자기가 대신해줄 것도 아니면 본인 일이나 제대로 할 것이지, 남의 일에 유독 관심을 갖는 이들 말이다.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그것도 정도껏이다. 금보다 더 귀한 내 시간을 그들로 인해서 허비하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다. 스누피의 글을 빌어 외쳐본다. 


내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들 모두 꺼져! 





(타자기를 치고 있는 스누피) 난 절대로 너한테 사과밭 약속한 적 없어. 

루시: 네 이야기는 느낌이 없어!

루시: 남자 애가 여자 애를 만나고, 헤어졌다 다시 만난다는 이야기를 써보는 게 어때?

루시: 이야기 쓰는 거 도와줄까?

루시: 좋은 생각이야... 지금 올라가서 도와줄게...

스누피: (!)

루시: 자 이제... 잘될 거야... 여기 이렇게 앉아서 네가 쓰는 걸 볼 수 있고, 바로 지적해줄 수 있거든...


루시: 자, 계속 써봐!! 네가 그냥 느끼는 것을 써보라고!

(다시 타자기를 치기 시작하는 스누피) 꺼져!




첫 번째 유형, 잘 진행되고 있는 데 찬물을 끼얹는 사람,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 부사장: 마크, 아니 그 A사 프로젝트 마크 팀에서 맡기로 했다면서요?

마크: 아, 부사장님, 예 저희 팀에서 진행하기로 하고 열심히 제안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부사장: 견적서 봤는데 우리 영업팀에서 고객사에게 약속했던 내용과 많이 달라졌던데요?

마크: 저희 팀에서 기술적으로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 2차 검토까지 진행한 결과를 반영했습니다. 고객사 담당자에게는 이미 내용 공유하고 이해를 구했습니다.

이 부사장: 아니, 그래도 내가 고객사와 나눴던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마크: 부사장님, 그렇지 않아도 지난번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려운 과제는 저희 팀에서 어떻게든 해결방안을 마련하겠지만, 아예 불가능한 부분은 제안 단계에서 확실히 불가능하다고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 기대 관리 측면에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사장: 아니, 그래도 다시 검토해보세요. 방법이 있을 거 아니에요?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아니 임원이면 더더욱 타이밍에 맞게 자신의 의견을 내밀어야 한다. 팀장들이, 직원들이 며칠 밤낮을 꼬박 새워가며 고민한 끝에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기를 써서 준비하고 있는 데, 하필 그때 찬물을 끼얹는 것만큼 힘 빠지는 게 없다. 


두 번째 유형, 서로의 '다름'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난 너하고 다르다고!'


박 대리: 마크, 아침에 출근 시간이 어떻게 되나요?

마크: 예? 출근 시간요? 저는 매일 비슷해요. 8시 55분쯤이요.

박 대리: 아, 어쩐지. 저는 8시 즈음 출근하거든요. 

마크: 와,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하네요?

박 대리: 확실히 매일 한 시간 일찍 출근했더니 좋더라고요. 출근 시간에 맞춰 출근하게 되면 아무래도 아침에 마음이 분주하고 집중도 잘 안되더라고요. 마크도 8시에 출근해봐요. 사람들도 많지 않고 조용해서 하루 업무 시작하기에 좋더라고여. 그리고 사실 마크처럼 신입 때는 출근 시간에 딱 맞춰 출근하기보다는 저처럼 한 시간 정도 빨리 출근하면 아무래도 이런저런 얘기가 들리지도 않기도 하고요.

마크: 아, 예.


실력 차이로 인한 부분은 백번 양보할 수 있다. 하지만 다름의 차이로 인한 부분은 양보의 영역이 아니다. 내가 8시 55분 출근한다고 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못한다거나 평판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다. 남들보다 한 시간 더 일하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에 신경 쓰는 것은 박 대리의 사정인 것이고, 나에겐 나만의 사정이 있다.  


세 번째 유형, 일방적으로 친하다고 생각하고 떠나지 않는 사람,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김 과장: 마크, 점심 혼자 먹어요?

마크: 아, 오늘은 미팅이 많은 날이어서 샐러드 싸 가지고 왔어요.

김 과장: 옆에 앉아도 되죠?

마크: 예, 편히 앉으세요.

김 과장: 편히 먹어요. 아, 아까 지나가면서 보니까 보고서 만드는 거 같던데?

마크: 이번에 출시하는 신제품 마케팅 플랜 보고서 준비하고 있어요.

김 과장: 아, 맞다. 이번에 MZ 세대 겨낭해서 출시한다는 그거 말하는 거죠? 어때요? 대박 날 거 같아요?

마크: 저는 괜찮은데 결과를 좀 지켜봐야겠죠.

김 과장: 입점 상황은 어때요? 대형 마트에도 들어가죠?

마크: 협상 중인데 긍정적이에요.

김 과장: 그렇군요. 대형 마트에는 꼭 들어가야 할 텐데. 아, 샐러드 먹으면서 얘기해요. 괜히 나 때문에 먹지 못하는 거 아닌가요?

마크: 아뇨, 괜찮아요.


내가 내 말을 듣는 사람보다 1년이라도 더 선배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보자. 과연 지금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이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를 말이다. 내가 친분을 드러냈다고 해서 상대방이 나에게 친분을 느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착각해선 안된다. 




이런 유형의 직원들을 대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없지만 스누피가 썼던 방법이 좋은 수가 될 수 있다. 이래라저래라 훈수를 두는 이들의 말을 일단 듣지만 결국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다. 꾸준히 그렇게 하면 '아, 저 사람은 이래라저래라 한다고 듣는 사람이 아니구나' 깨닫고 내버려 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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