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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화 Jan 06. 2017

여기서 제일 맛있는 브런치 주세요

브런치를 시작하며


작가 신청 후 며칠을 기다렸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라는 메일을 받고 나니, 11년 전 첫 직장에서 '최종 합격을 축하드립니다'라는 입사 확정 메일을 받았을 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어쩐지 기쁨이 차오른다.(알고 보니 100% 당첨?) 이게 브런치의 전략인가 보다. 독자 입장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쭉 둘러보니 글 쓰는 사람에게는 썩 괜찮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 같다. 백지 같은 깔끔한 여백이 워드나 블로그 편집창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느낌이다.



네이버 이해관계자인 남편은 작년부터 나에게 '네이버 포스트'를 권했었다. 1만 팔로워! 1만 팔로워! 1만 팔로워!를 모아보라고, 니 앞에 1만 명을 줄 세우는 게 쉬운 일인지 아냐고 했지만 네이버 메인을 향해 진격하는 화려한 콘텐츠들의 홍수 속에서 주로 장문의 글을 쓰는 내가 도저히 기를 펼 수 없을 것 같았다. '1만 명'... 자신의 콘텐츠로 먹고사는 사람은 1만 명의 확실한 고정 팬만 있으면 평생 굶어 죽지 않고 산다는데, 나한테도 그런 날이 올까? 확실한 건 '포스트'에서 내가 1만 명을 모으는 건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1만 명은 일단 접고, 나 혼자라도 나의 확실한 팔로워가 될 수 있는 글을 쓰기로 했다. 딱 3년 전 이때쯤, 처음으로 기업 사보 칼럼을 써줄 수 있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한 달 써보고 괜찮으면 연재를 부탁하겠다고. 원고료를 받고 글을 써본 적도 없고 당시 8개월 된 아가랑 집에서 같이 옹알이만 하던 나는 그 제안이 기적과 같아 전화를 끊자마자 완전 괴성을 질렀다. "지안아!!! 엄마 이제 칼럼니스트다!!!!"



그 후 A4 한 장 반 쓰는데 2주 걸렸던 거 같다. "나 칼럼 써야 되니까 애 좀 봐줄래?" 누가 보면 장편소설 쓰는 줄 알았겠지만 남편에게 바통터치를 제안하는 내 모습은 정말 당당했다. 그렇게 3년 동안 100편 가까운 칼럼을 썼다. 2주 걸려서 쓰던 게 2시간 만에 써졌다. 그 사이 나의 첫 책도 세상에 나왔다.



그런데 점점 글 쓰는 게 재미 없어졌다. 사보 칼럼은 그 달의 테마에 맞는 주제를 요청받아서 써야 하는데 가끔은 내가 전혀 할 말이 없는 주제에 대해 글을 써야 했다. 또 당연한 거지만 내가 쓴 글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히는지 반응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따금 옛~~ 날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 코칭 칼럼을 썼던 때의 글과 비교하면 최근의 글들은 비교할 나위 없이 영혼 없이 보였다. 프리랜서, 1인 기업가 세계에서 뭔가를 고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이지만, 나는 그런 글쓰기를 멈추기로 했다.



대신 아무 약속이나 대가가 없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가 하고 싶은 형식으로 써보고 싶어 졌다. 올해 목표를 세울 때 브런치에 매주 글 1개 이상 쓰기를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올해 말에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선정되어서 책을 하나 내는 것을 내심 꿈꾸고 있다.(이 프로젝트 없어지면 안 돼요!)



그러려면 그냥 하면 안 되고 아무래도 읽을거리가 있는, 재미도 있고, 영감을 주는 글을 써야 할 것이다. 나의 어디에서 그런 것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까. 3년 동안 쓴 칼럼과 어떻게 다르게 쓸 수 있을까. 그러려면 일단 애 키우고, 일하는 나의 모든 일상을 더 생생하게 살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곳에서 맛볼 수 있는 가장 근사한 브런치 요리를 꿈꾼다. 내가 그렇듯 누군가는 기다리고 있으리라. 가슴에서 우러난 진실한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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