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자녀 교육
며칠 전에는 난생 처음 인근 유치원에서 하는 '학부모 교육'이라는 것을 가보았다.
(부모 코칭은 하지만 정작 부모 교육은 안 받아봄 ㅋㅋ)
<학력파괴자들>이라는 책의 저자가 오셔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아이들 어떻게 키울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해주신다고 해서 급!호기심이 일었다
미래 사회, 직업 변화, 교육 문제...모두 내가 너무너무 관심 있어 하는 키워드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집 어린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나밖에 신청한 사람이 없었다. 오잉?
이거 나만 궁금해? 나만?
현장에 가보니 다른 유치원에서 오신 엄마들이 꽤 있었다.
강의도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일상이 눈 앞의 현실로 느껴졌고,
아이들 교육도 정말 '파괴적'이라 할만큼의 변화가 많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교육의 현실을 보면 그런 변화가 대체 언제쯤 제대로 반영될지 까마득하다.
지안이는 정말 나와는 다른 교육을 받고, 배움의 재미를 느끼며 자라나길 소망했는데
초등 입학을 1년 앞둔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이 별로 크지 않을 것 같다.
나중에 학교 가기 싫다 그러면 뭐라고 말해야 될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학력파괴자들>의 사례로 나오는 것처럼,
학력을 파괴한 대신에 일찍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해서 엄청난 성공에 이른 사람들을 보면
아이가 학교가기 싫다고 해도 과거의 부모들처럼
그렇게 땅이 꺼질 것처럼 고민하지는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한 편으로,
'이제 학교 공부 잘해도 소용 없으니,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하는 일 마음껏 하게 해주면 성공할 수 있겠구나'
이렇게 마음을 먹기만 하면 될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글쎄.
과연 부모가 아이를 뭔가로 작정하고 키우는게 말이 될까?
그게 성적을 통한 것이든, 꿈을 통한 것이든 말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말 자체에 어폐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잘 자라도록 돕는다. 지켜봐준다..이 정도가 맞는 것 같다.
지금 부모의 앞날도 한 치 앞을 모르는데
어떻게 아이의 미래를 우리가 설계하고 책임질 수 있을까.
'나도 내 미래를 몰라. 우리 각자 자기 인생 열심히 찾아가보자'
이런 동료의식..파트너십...이런 게 우리 시대의 부모-자녀 간에 필요한 관계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요 험난한 세상에서 어떻게 내 자식을 키울까, 어떻게 살아남게 해줄까 보다도
아이가 학교를 다니든 안 다니든,
그것을 통해 성공을 했든 못했든,
아이가 거둔 성과가 그가 설 자리를 결정지어 버리는
그런 세상이 오지 않게 하는 것 아닐까.
공부를 못 하거나 학교를 안 다녀도 성공할 수 있는 미래가 아니라
아이가 잘 되는 것에 부모가 맹렬하게 집착할 필요가 없는
그런 미래 아닐까.
특출나지 않은 것에 부모가 계속 불안하고,
'요놈이 나중에 뭐 해먹고 살아갈지' 아이의 미래를 걱정해야 한다면
질적으로는 구시대와 똑같다.
아이를 특출나게 만들려고 하는 부모의 열정이
평범한 개인도 비극과 차별 없이 자기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로
조금이라도 옮겨갈 수 있다면! 그래서 그런 세상이 온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