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카페에서 본 한 엄마의 고민 글입니다.
15개월 된 아들이 하나 있는데 자꾸 시어머님께서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나오는 샘 해밍턴 아들 윌리엄과
자기 아들을 비교하셔서 신경이 쓰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들이 윌리엄보다 한 달 먼저 태어났는데
말이나 활동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요.
집에서 뭘 해줘야 도움이 될지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댓글 반응은 대부분 ‘아이마다 발달이 다르니 걱정 말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 애도 말 늦게 텄는데 지금은 너무 시끄럽다’고 안심시키는 댓글도 많았습니다.
글을 올렸던 엄마는 “감사해요. 제 아들이 윌리엄보다 잘하는 게 있다고 믿어요”라고
마지막 댓글을 달았습니다.
본문과 댓글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저는
그 엄마의 마지막 말을 보자마자 마음 속에서
‘근데 아이가 윌리엄보다 잘하는 게 없으면 어떡해요?’라는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남 보다 더 잘하는 게 발견되기 전까지
아이는 어떻게 엄마에게 온전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요.
남 얘기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이 엄마를 보며
‘참 별 것도 아닌데 돌쟁이 엄마가 예민하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자녀의 어느 시기든 일어납니다.
제가 교육에서 만난 한 엄마는
네 살 된 딸이 동생이 태어난 이후로
많이 위축된 것 같아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
“넌 누구보다 멋져. 누구보다도 잘해, 넌 최고야”
이런 말을 많이 해준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게 자존감이라면
만일 아이가 누구보다도 잘 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김연아처럼 세계 1등이 되기 전까지 아이는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요.
우리는 아이에게 칭찬과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해준다는 이유로
손바닥만 뒤집으면 바로 존재적 불안이 되는
이런 말들을 쉽게 합니다.
항상 남 보다 잘하고, 멋지면 참 좋겠지만
우리 인생에서는 그런 순간보다는
남들보다 뭐가 나은지 잘 모르겠는 상태
남들보다 조금 느린 상태,
남들보다 덜 가진 상태,
모두가 좋다고 생각하는 어떤 기준과는 조금 다른 상태가
더 자주 다가오지 않나요.
아이의 인생에도 찾아올 수 있는 그런 시기에
아이는 어떻게 자신을 지키고 그런 자신마저 사랑할 수 있을까요.
교육에서 만난 다른 한 분은
열 살 된 딸이 너무 먹지를 않아서 키가 작은 게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밥상에서 씨름하는 것에 엄마 자신도 지쳐서
‘그냥 키를 포기할까’도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키가 작지만 성공한 사람이 누가 있는지 찾아봤다”라고 하시더군요.
그분께 같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약에 아이가 키도 작은데 성공도 못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 그래도 내 자식이니까 사랑해줘야죠..”
그 사랑을 지금 주시면 안 될까요?
있는 그대로의 아이에게요.
남 보다 느린 아이.
남 보다 작은 아이.
이 세상에 내놓아 어디 쓸모가 있을지 당최 아직 알 수 없는 내 눈 앞의 그 아이에게요.
단 한순간이라도,
아이의 현재 모습에서 엄마가 안심하고 만족할 만한 점을 계속 찾아내는
그 시선을 거두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네가 참 좋다’
‘엄만 네가 있어서 참 좋다’
‘그냥 네가 참 좋다’
이렇게 말해주면 어떨까요.
아무 발전이 없어서 더 쓸모없어지지 않을까 걱정이신가요.
스스로 쓸모없게 느껴지는 순간이 와도
‘그런 나도 괜찮다’고 인정할 수 있는 힘이
아이 자신에게 있기에
자신의 쓸모를 멈추지 않고 닦아 나갈 것입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아이는 지금 이 모습이 자신에게 최선입니다.
그 모습으로도 엄마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지
아이는 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