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본 개그우먼 김효진씨의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15분) 영상을 보고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20대에 “쪼매난 이쁜이"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그녀는 결혼, 출산 후 점점 활동영역이 좁아지고,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살림과 육아를 놓지 않으려 아등바등 살다가 마흔 즈음 극심한 ‘마흔 앓이’를 겪게 됩니다. (세바시 영상 바로가기)
제2의 전성기를 누리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영자, 김숙, 송은이 등 미혼 동료 개그우먼들의 활약을 TV로 지켜보자니 자신이 더욱 초라하게 느껴지고, 어느 것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가족들을 뒤치다꺼리하며 계속 화가 쌓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본 적도 없는 그녀의 이야기가 왜 그렇게 내 이야기 같은지, 우울 속에서 행복을 캐낸 어찌보면 흔한 이야기가 어쩜 그렇게 보석 같이 빛나는지, 저는 김효진씨에게 반해버리고 말았네요. 그녀는 결국 행복은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자명한 진실을 깨닫고, 어린 시절 자신을 ‘미스코리아'라고 불러줬던 어머니께 받았던 극진한 사랑을 그녀의 딸에게도 원없이 주기로 결심합니다.
미혼 여성 못지 않게 마음껏 하고 싶은 일 하며 살고 싶은 마음과 내 아이에게 언제나 힘이 되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두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김효진씨가 아이를 더 사랑해주기로 했다고 해서 저토록 자신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하는 개그우먼의 재능이 사라질리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재미있게 해주는 일을 신바람나게 계속 한다고 해서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줄어들 리도 없습니다.
물론 이따금은 부대끼고 힘듭니다. 도저히 두 가지가 양립되기 힘들다고 느껴지는 순간, ‘나를 시험에 들게 한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꽤 자주 찾아옵니다. 그래도 저는 우리에게 이 두 마음이 모두 있음을 우리가 자주 기억했으면 합니다. 억지로 한 마음을 억누르거나 없는 척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더 행복하게 잘 살고 싶어서 나를 찾아오는, 내 안에 살아숨쉬는 소중한 욕구로 바라봐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김효진씨가 새로운 취미를 통해 자신의 행복을 채우고, 더 좋은 엄마이자 더 자기다운 개그우먼으로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이 두 마음을 모두 품고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무언가에 집중하다 보면 일과 생활, 워크 앤 라이프 모두 사로잡을 수 있을거라 저는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