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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화 Aug 26. 2019

당신은 무엇을 파는 사람인가요?



저희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맛집으로 소문난 막국수집이 하나 있습니다. 원래도 1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식당이었는데 몇 년 전 <수요미식회>에 나온 이후로는 아예 방문할 엄두를 낼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얼마전부터 계속 그 막국수 생각이 난다면서 이번 주말에는 꼭 그걸 먹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아-, 꼭 그래야 되겠니' 한숨부터 나왔지만 남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우리 가족은 늦은 점심을 노리고 그곳을 찾았습니다.



전략이 무색하게 ‘지금부터 대기 2시간' 푯말을 마주해야 했지만 남편은 포기할 기색이 없습니다. 그 때부터 지난한 기다림이 시작되었어요. 30초에 한 번씩 “엄마 우린 언제 들어가?” 묻는 7세 어린이와 씨름을 하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정도로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는 장사를 할 수 있는 걸까?’ 남편과 아이에게도 질문을 나누자 아이는 “맛있으니까 그렇겠지” 라고 무심한 답변을 합니다. “맛있는 가게는 여기 뿐이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오랜 대기를 마음 먹게 하는 장사를 할 수 있지?” 저 혼자 계속 중얼거리고 있는데 문득 아이가 이렇게 물어보았어요.



“엄마, 왜 우리는 장사 안 해?”



장사...무언가를 파는 것. 아마 아이 입장에서는 ‘이렇게 손님이 많이 올 수 있는 좋은 걸 왜 안 해’라는 단순한 질문이었을 것입니다. 이게 몇 년 뒤에는 “엄마 왜 우리는 부자가 아니야?” 라는 질문으로 바뀌어 돌아올까봐 겁나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아빠도 장사를 하고 있어"


“엄마 아빠가??(금시초문. 깜놀) 엄마는 뭘 파는데?”


“엄마는 좋은 생각을 팔고 있지"


“그게 뭐야. 그건 살 수 없잖아.”


“사람들이 더 좋은 생각, 더 좋은 행동을 하도록 엄마가 돕고 돈을 받으니까 이것도 사고 파는 거라고 할 수 있지"


“그러면 사람들이 돈을 줘?(세상 신기) 아빠는 뭘 팔아?”


“아빠는 아빠가 가진 좋은 아이디어를 팔지"




엄마 아빠의 장사에 대해서 아이는 더 묻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이런 막국수집 급의 장사는 아니구나’ 눈치를 챈 것일까요.  



흔히 ‘장사'는 자영업자의 일, ‘판매, 세일즈'는 영업사원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면 세상에 ‘파는 일' 아닌 일이 없습니다. 저는 막국수집 앞에서도 ‘장사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저의 생각을 아이에게 납득시키며 팔려고 했고(잘 안 팔린것 같지만), “이 국수는 쫄깃하지 않다”며 실망한 아이에게 100% 메밀면의 차별성을 어필하고 한 술 더 먹길 권했습니다.



내가 ‘중요하다, 가치있다’고 여기는 무언가를 상대방도 그렇게 느끼도록 만드는 모든 작업이 사실은 ‘파는 일'에 속합니다. 그러고 보면 엄마의 하루는 거의 세일즈맨의 하루와 다름 없습니다. 아이들도 만만치 않죠. 엄마를 문방구에 데리고 가려는 아이들의 ‘구경만 하자고 부추기기', ‘감정에 호소하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개런티하기' 등의 작전을 보노라면 ‘무슨 학원에서 배웠나’ 싶을 정도로 아이들은 ‘내츄럴 본 세일즈맨'의 기량을 보여줍니다.



상대를 내 생각에 동조시키고, 설득하고, 서로에게 유리한 방향을 협상하는 모든 일이 ‘파는 일'이라면 당신은 무엇을 파는 사람인가요? 당신의 판매는 주로 얼마나 효과적인가요?



앱 비즈니스의 평균 수명이 2달일 정도로 제품 수명이 짧은 요즘은 한 사람이 한 가지 일을 하고 다음 공정으로 넘기는 식으로, 일을 분화해서 순서대로 진행해서는 시대의 스피드를 따라 잡을 수 없다고 합니다.  



요즘은 어디서나 ‘기획부터 개발까지’ 다 잘 해낼 수 있는 인재를 찾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나  결과물을 내/외부로 잘 어필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능력이 매우 중요한 시대 입니다. 생산성, 창의성은 기본이고, 구슬을 꿰어 스스로 보배로 만들 수 있는 자기 PR 역량, 세일즈 역량이 모두에게 크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우리 한 번 생각해보아요. “당신이 팔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비단 장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커리어를 모색하거나 직장에서 더 높은 인정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질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장사가 언젠가는 막국수집 급에 이르기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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