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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화 Nov 06. 2019

일과 육아, 두마리 토끼의 비밀

워라밸 있는 사람들에게만 있는 '이것'

#1

최근 여러 지역에서 엄마들을 위한 화코칭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오신 분들은 대부분 “어떻게 하면 화를 잘 다스릴 수 있는지, 화를 좀 잘 표현하는 방법이 뭔지 알고 싶다"고 하셨지요. 워크숍을 통해서 ‘화의 진짜 원인'과 화 진정법, 예방책 등에 대해 배운 뒤, 맨 마지막 시간에는 ‘나만의 화 코칭법'을 생각해보도록 했어요. 대다수의 참가자들이 내놓았던 해결책은 놀랍게도, ‘혼자만의 시간을 좀 가져보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가정과 일터에서 자신도 원치 않는 반응이 불쑥 올라오는 것은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너무 지쳤던 것뿐이라는 것, 모든 역할을 다 잘 해내려 애썼지만 정작 나 자신을 돌보는 역할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함께 깨닫게 되었지요.



#2

최근 저의 새로운 코칭 고객으로 제 또래의 남성분들이 여럿 오셨습니다. 대부분 지방에 계셔서 전화로 코칭을 진행했어요. ‘대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가급적 조용한 곳에서 전화를 해달라'고 저는 미리 요청을 드렸죠. 제가 놀랐던 것은 코칭이 시작 되어 “지금 어디 계세요?” 라고 여쭈면 대부분 “차 안에 있어요"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번듯하고 성실한 사회인으로 하루를 열심히 살아도, 회사, 집 어디에도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이 없는 것이 그 분들의 현실이었습니다. ‘좁은 차 안에서 불편하시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완전히 외부와 차단된 그 공간이 오히려 편안하다고들 하시더군요. 한 뼘만한 공간, 찰나 같은 시간이라도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부부 각자에게 조금이라도 주어진다면, 이 힘든 육아 시기를 좀 더 잘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워킹맘 C씨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몸이 열 개쯤 되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틈틈이 자기계발을 하면서 최근에는 책까지 출간하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그녀가 그 모든 일을  쉽게 뚝딱 해내는 것은 아닙니다. 그녀에게도 이런 삶은 여러 개의 공을 저글링하는 긴장의 연속입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일과 가정 중 무엇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지켜내는 삶을 원합니다. 몇 년 전 가졌던 1년의 육아휴직이 그녀에게 생각의 전환을 가져오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잘 돌보고 지키는 것이 일과 가정 모두를 유지하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양치질하듯이 매일 아주 작은 시간이라도 자기 자신을 위해 쓰고 있습니다. 



#4

일과 육아, 일과 삶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비밀은 ‘혼자만의 시간' 입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는 것은 ‘혼자 있고 싶어한다 = 이기적이다 = 소극적이다 = 내향적이다' 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절대 동의선상에 있지 않습니다. 복잡한 역할 속에서 잠시라도 자기 자신으로 돌아와서, 나에게 중요한 욕구를 채워주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 현대인에게 너무 중요한 의식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은 너무나 바쁘고 빠르고 정신 없이 흘러가버리기 때문입니다. 지금이 어느덧 2019년 11월 한 가운데인 것 처럼 말이죠. 하루 중 단 10분이라도 엄마, 아내, 주부, 회사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 빠진 나만의 시간을 가져본다면 뭘 하고 싶으신가요. 일단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느껴보세요.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주세요. 따뜻한 차를 한 잔 음미하는 것, 위로가 되는 음악을 듣는 것, 가을 길을 걷는 것, 잠시라도 눈을 붙이고 쉬는 것.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내가 나를 위해 작지만 멋진 일을 해줄 수 있다면, 가족과 회사를 위한 일도 조금 더 힘을 내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은 경기도 워킹맘정보창고 카페에도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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