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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 방구석 주부 Aug 16. 2022

학교는 네가 가고, 긴장은 내가 한다

D+10 (aug. 11th 2022)

너무나도 긴 시간 동안 운전을 해야 했음에도 당일치기로 다녀왔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오늘 딸아이의 학교 등록을 위한 카운티 학교 당국과의 화상 미팅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오후 2시 반으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첫걸음은 이 화상 미팅에서 중요한 정보를 잘 얻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했다.


미국에서의 학창생활, 어렸을 적부터 난 엄청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하이틴 영화를 보면서 친구들과의 우정, 하이스쿨 스윗하트, 졸업 무도회, 멋진 학교 캠퍼스와 폼 나는 교내 활동… 하나하나가 나의 로망이다. 멋대가리 없고 숨 막히기만 하는 한국 남자 고등학교 생활을 한 내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 물론 여기서 실제로 겪는다면 영화처럼 낭만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멋져 보이는 걸 어쩌란 말인가.


물론 온전하지는 않겠지만, 관심이 많은 미국 학생 생활이기에 이런저런 정보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완전하지는 않은) 초등학교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정말 하나도 없다. 등교는 어떻게 하는지, 점심은 어떻게 먹는지, 학교에서는 어떻게 생활하는지 아는 바가 전혀 없다. 내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정보를 얻지 않으면 우리 아이는 무방비한 상태로 닥쳐서 경험하는 수밖에 없다.


아내와 내가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가 바랬던 단 한 가지는 아이가 원할 때에 언제든지 화장실에 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었다. 느지막한 나이에 이민을 가거나 유학을 가게 된 학생들이 영어를 못해서 학교에서 겪는 가장 원초적인 어려움이, 화장실에 가겠다고 말하지 못해서 겪게 되는 창피함, 고통 이런 것들이었다. 다행히도 딸아이는 기본적인 영어 의사소통은 곧잘 하는 데다 성격도 너무 수줍어하거나 말도 못 하는 아이가 아니기에 곧잘 영어로 얘기하곤 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런데 학교 생활 하나하나 생각해 보니 그것 말고도 마음에 걸리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등교는 어떻게 하며, 교실은 어떻게 찾아가고, 숙제 체크는 어떻게 하며, 집에 돌아오는 버스는 어떻게 탄단 말인가? 이 모든 것을 다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청나게 몰려왔다.


그러니 이 화상 미팅에 대한 긴장감은 그만큼 더 높아졌다. 아직 아이가 다닐 학교가 어딘지도 모르는 상황에, 모든 정보를 잘 얻어서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도록 할 수 있을까?


마침내 화상 미팅 시간이 되었고, 나와 아내는 나란히 앉아 화상 미팅에 참여했다. 앞 미팅이 조금 늦게 끝났다며 채팅 방에 들어온 담당자는 먼저 우리가 작성해 놓은 등록 서류들을 검토하면서 필요한 추가 서류를 요청했다. 주소 확인을 위한 집주인 사인이 들어간 계약서와 나의 여권 사본이었다. 담당자가 아내에게 이것저것 학교 생활에 대한 설명을 해 주는 동안 나는 같은 컴퓨터를 이용해 정신없이 해당 자료를 찾아 담당자 이메일로 송부했다.


온라인/모바일 기술의 발달은 미국 초등학교 생활도 많이 바꾸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든 학생들에게 사과 패드가 지급된다는 사실이었다! 아마도 각종 학과 수업과 과제, 활동에 활용되는 것으로 보였다. 담당자는 사용 관리 프로그램에 대하여도 설명해 주었다.


또 다른 것은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하여 학생 포털을 통해 부모가 거의 모든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주어진 과제, 출결, 그리고 선생님의 코멘트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학교 식당에서 구매해 먹는 음식을 사전 결제할 수 있는 별도의 시스템도 갖추고 있었다. 각 시스템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어 산만한 감은 조금 있었지만, 그래도 아이의 다양한 학교 생활을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사실 한국의 시스템은 그냥 네이버 밴드나 카페, 혹은 e알리미 등, 여기저기 정신없이 임의로 분산되어 있어서 정신없었는데, 여기는 그래도 각 분야별로 잘 분리되어 있고, 학생 포털에서 모아서 볼 수 있는 시스템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한국에서 온 만큼, 영어 문제가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였는데, 아쉽게도 우리 집의 학군 학교에는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프로그램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초등학교에 배정될 수 있단 이야기를 들었다. 다행히도 두 학교 모두 집에서 멀지 않고, 학교 버스가 운행하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게 학교를 다닐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대충 이 정도의 정보를 받았고, 저 중요한 내용들은 이메일을 통해 받기로 했다. 다행히도 무사히 화상 미팅은 마쳤다. 불과 한 열흘 후면 학교에 가게 되는 내 아이, 잘 적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미국에 오고 나서 친구도 없고 할 일도 없고 하다 보니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패드와 보내고 있는데, 부디 친구들도 잘 사귀고, 전처럼 활발하고 쾌활한 성격이 여기서도 잘 연결되어서 부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잘 성장했으면 한다. 요즈음 집에만 있으려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어찌나 안쓰러운지…


걱정 마. 긴장은 아빠가 할 테니, 넌 학교나 열심히 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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