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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국 방구석 주부 Aug 16. 2022

늘 그렇듯 길을 잃은 그녀

D+14 (aug. 15th 2022)

(이 내용은 이 글​과 사건을 공유합니다)


아내는 중증 길치, 방향치다. 내가 불안하다 싶으면, (요거  잃고 헤맬  같은데싶으면) 어김없이 길을 잃고 헤매며 전화해 성질을 낸다.


오늘은 아내가 인터내셔널 스튜던트 오리엔테이션이 있어서 학교에 가는 날이다. 아내는 아직 정식 수업이 아닌 만큼, 호기롭게 홀로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겠노라고 선언했다. 중간에 갈아타야 하는 데다 시간도 길어서 과연 잘 다녀올 수 있을지 걱정됐는데, 아무래도 늦겠다며, 가는 길엔 라이드를 해주고 오는 길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점심 즈음 아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아이와 집에 돌아와 아이 학교 웹 등록과 블로그/브런치 글 등 이것저것 정리하고 있는데 아내가 드디어 버스 타기를 도전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올 것이 왔구나.


다행히 아내는 학교에서 중간 갈아타는 지점까지는 잘 버스를 타고 왔다. 그리고 내리는 지점도 곧잘 찾은 것 같았다. 하지만 낯선 환경에서 그만 방향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결국 그녀에게서 전화가 온다.


‘나 어딘지 모르겠어. 길이 이상해.’


나는 마치 에단 헌트(미션 임파서블)를 뒤에서 조종하는 사무직 요원처럼, 컴과 전화기에 맵을 켜 놓고 위치 추적을 하며 그녀를 원격 조정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걷는 그 길을 나도 걸어본 적이 없는 데다, 정말로 그녀가 있는 장소는 길을 헤매기 딱 좋아 보였다. 거기에다 주변 환경도 꽤나 무서웠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시 외곽으로 가는 버스가 모이는 곳이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결국 그녀는 더 이상의 길 찾기를 포기하고 날 호출하기에 이르렀다.


난 잠옷을 입고 놀고 있는 아이를 일으켜 같이 엄마를 데리러 가기로 했다. 다행히도 우리 집에서 아내가 있는 곳까지는 불과 이십 분 거리다. 사실 속으로는 ‘어이구~ 왜 이렇게 길을 못 찾아~’ 하면서 약간은 무시하는 투로 투덜대면서 찾으러 갔는데, 엉뚱하게 운전하고 가면서 나도 길을 잃고 헤매버렸다. 아… 쉽지 않은 곳이구나.


아내는 내일 다시 버스 타기를 도전해 본다고 한다. 그냥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태워줄게. 나 그러려고 온 거잖아. (너 길 가르쳐 주면서 욕먹는 게 더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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