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적 동기에 휘둘린 시간에서 내적 동기를 찾기까지
'이름'이라는 세 글자. 나를 지칭하는 기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송정훈이라는 이름 석 자 아래 컵밥 600억 신화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 걸 보았을 때, 그 이름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었다. 한 사람의 삶, 노력, 그리고 성공이 압축된 거대한 서사. 나는 그 앞에서 내 이름 세 글자를 검색했다. 놀랍게도 16명이나 되는 동명이인들이 검색되었다. 유명한 사람도, 평범한 사람도 있었다. 그 순간, 나는 16개의 작은 점들 중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의 현재 위치는 어디쯤일까?'라는 질문이 날카로운 비수처럼 가슴을 파고들었다.
많은 돈을 벌지 못해도 좋았다. 컵밥 신화를 이루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다만 내 이름 석 자 아래에 내 얼굴을 당당히 내걸고 싶었다. 내 이야기, 내 삶, 내 흔적을 세상에 남기고 싶다는 열망이 끓어올랐다. 그 열망은 도대체 어디서 온 걸까. 아마도 매너리즘이라는 깊은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을 테다. 익숙함이라는 안락함 속에 서서히 침몰해 가던 나 자신을 구원하고 싶었을 테다. 자기 계발 서적을 파고들었고, 새벽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애썼다. 분명 성장의 동력이 되어준 시간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내 안의 무언가를 잃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밀한 공간에서 시작된 글은 점차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스레드, 브런치 등 플랫폼을 옮겨가며 글의 옷을 갈아입었다. 그 과정에서 내 진짜 색깔은 희미해졌다. 나는 누구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동기부여 전문가들 이야기에 의존하며 점차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들 성공담과 조언은 달콤한 구원이자 동시에 나를 갉아먹는 독이었다.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잊고, 유명한 누군가가 나를 일으켜 세워 주길 바라는 나약함이 내 안에 자리 잡았다.
외적 동기 : 나를 잃어가는 길
사실 이 모든 과정은 외적 동기에 의존했던 시간이었다. 타인의 인정, 성공의 기준,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맞추기 위해 나를 억지로 끼워 맞췄다. 글을 쓰는 이유도, 새벽에 일어나는 이유도 모두 외부 보상(칭찬, 조회수, 팔로워)이나 압력 때문이었다. 내 안에서 우러나온 진정한 욕구가 아니었다. 어느 순간 공허함이 찾아왔다. 내 정체성이 사라진 것 같았던 그 기분은, 바로 이 외적 동기가 주는 한계 때문이었다.
브런치를 포함한 많은 SNS플랫폼에는 성공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한 달 만에 500만 원 벌기', '퇴사 후 억대 연봉', '월급쟁이에서 건물주로'와 같은 자극적인 제목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들 성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열망을 품는다. 그리고 그들 방식을 맹목적으로 따라 한다. 그들이 읽는 책을 읽고, 그들이 하는 루틴을 따라 하고, 그들이 쓰는 글을 흉내 낸다. 이 모든 행위는 외적 동기에 기반한 거다. 타인의 성공이라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그 거울 속 내가 되기 위해 애쓰는 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만다.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왜 글을 쓰는지, 무얼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잊어버린다. 외적 동기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힘이지만, 동시에 나를 길 잃은 양으로 만들 수 있다. 타인의 성공을 좇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게 되는 거다.
내적 동기 : 나를 찾아가는 길
이제는 조금 깨달은 것도 같다. 진짜 성장은 외부가 아닌 내 안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걸. 컵밥 대표의 성공 기사를 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고 생각한 건, 사실 그 안에 담긴 내적 동기를 발견했기 때문이라는 걸. 성공 자체보다, 자신 이름을 걸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내게 영감을 준 거다.
내적 동기는 외부 보상이나 압력과 상관없이, 순수한 흥미와 즐거움에서 비롯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 찾고, 그걸 행하는 과정 자체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거다. 글쓰기를 예로 들어보자. 외적 동기로 글을 쓰는 사람은 조회수나 팔로워를 목표로 한다. 반면 내적 동기로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즐거움을 느낀다.
이 두 가지 동기는 글의 질도 달라지게 만든다. 외적 동기로 쓴 글은 독자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자극적이고 얕은 내용을 담기 쉽다. 반면 내적 동기로 쓴 글은 작가의 진심과 깊이가 담겨 있어 독자들에게 진한 울림을 준다. 브런치 플랫폼에 수많은 작가들이 있지만,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작가들의 글은 대부분 내적 동기로 쓴 글이다. 그들 글에는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다시, 내 이름을 걸고
이제부터는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길을 걸어가려 한다. 글을 쓰는 이유가 '사람들에게 읽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는 기쁨'자체에 있기를 바란다. 새벽에 일어나는 이유가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요한 나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이기를 바란다. 타인 시선과 성공 기준을 내려놓고, 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물어볼 작정이다.
내 이름 석 자 아래 내 얼굴을 당당히 내거는 것. 그건 화려한 성공의 증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 온전히 살아가는 삶의 증거가 될 거다. 16명의 이OO가 아닌, 오직 나 자신인 이OO로. 이제 내 이야기는 다시 시작된다. 외부 박수갈채가 아닌, 내 안의 만족과 성장을 향해 나가는 진짜 여정이.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 나는 나의 내적 동기에 충실하고 있다.
이 글은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바치는 글이 아니다. 이 글은 내가 나 자신에 바치는 글이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당신 내면에도 작은 파동이 일기를 바란다.
당신 이름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당신은 어떤 동기로 살아가고 있는가.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