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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더스 재팬, 앗! 이거 우리 미래 교과서잖아요?"

일본의 상황과 한국의 유사성

by 기록습관쟁이

2025년 7월에 발간된 따끈따끈한 신간 <엑소더스 재팬>을 집어 들었을 때만 해도, 나는 선진국 일본의 흥미로운 사회 현상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등골이 서늘해졌다. 맙소사, 이건 일본 사회 보고서가 아니라, 10년 뒤 대한민국 미래 교과서였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 이 세 가지 키워드가 내 머릿속을 맴돌며 하나의 위험한 결론에 도달하게 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일본의 뒤를 이어가고 있구나." 이 발상이 참 위험하고 슬프지만,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인구가 롤러코스터처럼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 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특히 일본을 탈출하는 청년들에 집중한다. "미래를 책임져 줄 젊은이들이 왜 기회의 땅을 버리고 해외로 나가는가?"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사실, 이미 우리나라도 심지어 더 빠른 속도로 이 현상이 진행 중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지 않은가! 이른바 '헬조선 탈출'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낮은 임금 상승률, 경직된 기업 문화, 끝없는 경쟁의 굴레 속에서 우리 청년들도 이미 '엑소더스'를 시작하고 있다.

좋아, 그렇다면 관점을 바꿔보자. 대한민국이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면, 일본은 대체 어떤 나라를 닮아 있었던 걸까?


타임워프된 미래 교과서: 일본은 우리의 예습 교재

사실 일본은 다른 나라를 닮기보다는, 20세기 후반 고도성장을 맛본 국가가 겪을 수 있는 모든 구조적 위기를 세계 최초로, 그리고 가장 극심하게 맞닥뜨린 독보적인 사례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유행어를 창조한 디플레이션의 늪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2006년)에 진입한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이는 마치, 미래에서 온 한 명의 타임 트래블러가 우리가 겪을 일을 미리 보여주는 것과 같다. 이 타임 트래블러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너희는 내 전철을 밟고 있어! 나처럼 30년 동안 꾸물거리지 마!"

일본은 구조 개혁의 시기를 놓쳤고, 그 결과 젊은이들은 희망을 잃었다. 생산 가능 인구는 급감하고, GDP 대비 국가 부채는 250%를 넘어섰다. 폐쇄적인 문화와 관료주의는 젊은 인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주요인이었다. 엑소더스 재팬은 바로 이 청년들의 씁쓸한 뒷모습에 카메라 렌즈를 들이댄다.

우리가 일본을 뒤따르고 있다는 사실은 슬프지만, 역설적으로 엄청난 교훈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는 일본이라는 훌륭한 예습 교재를 가지고 있다. 일본이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 바로 우리가 시급히 해야 할 일 목록인 셈이다. 이 말은 일본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가 성공 전략을 도출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암흑 속 타노스의 건틀렛: 기술과 이민으로 버티는 글로벌 생존 전략

그렇다면 우리보다 앞서 달려가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오세아니아의 선진국들은 이 세계 경제의 암흑 속에서 어떻게 돌파구를 찾고 있을까? 이들은 우리처럼 마냥 손 놓고 있지 않다. 이들은 주로 기술 혁신과 이민 정책이라는 두 개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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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경제 체질 자체를 미래 지향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 미국은 돈이 없어도 돈을 찍어내며 미래 기술에 몰빵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일단 미래 기술 주식에 풀 베팅!" 하는 투자자 같다.)

- 캐나다는 "사람이 국력이다!"라며 문을 활짝 열어 인구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민이 아파트 분양보다 쉬울 지경!)


K-골든 타임: 일본이 놓친 일을 우리가 붙잡아야 할 때

엑소더스 재팬을 덮고 나니,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는 압박감이 엄습한다. 일본이 30년간 질질 끌었던 것을 우리는 3년 안에 해내야 한다. 우리가 일본의 전철을 피하고 이 암흑 속에서 빛나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이 뭘까? 적어도 단순히 현금 몇 푼 쥐여주는 용돈 정책은 그만해야 할 테다. 우리가 아이를 낳고 키울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일본 청년들이 엑소더스를 감행하는 이유는 노력해도 보상이 없는 사회라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의 경직된 연공서열 중심 문화는 한국에서도 여전히 강하다. 나이와 상관없이 능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시스템을 정착시켜 젊은 세대에게도 내가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감을 주면 어떨까.

일본처럼 국가 부채가 산더미가 되어 미래 세대에 짐을 떠넘기기 전에, 연금 개혁을 지금 당장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연금 개혁을 서두르는 건 어떨까.

국회는 단기적인 포퓰리즘 예산을 과감히 줄이고, AI, 반도체, 바이오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기술 초격차 분야에 모든 재정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엑소더스 재팬은 단순한 책이 아니다. 내게는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경고하는 타임 벨이었다.

일본은 우리에게 구조 개혁을 미루면 어떻게 되는지를 몸소 보여주었다. 우리는 그 교훈을 유쾌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더 이상 헬조선을 외치는 청년들이 여권을 쥐고 공항으로 향하는 뒷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우리는 일본의 뒤를 밟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선행 학습의 이점을 가진 유일한 나라다. 이제는 뒤따라가는 팔로워가 아니라, 미래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다시 태어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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