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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다시 시작해도 괜찮아

어색함과 마주하다

by 기록습관쟁이

한 달간의 겨울방학이 끝났다. 다시 학교로 향하는 아들의 발걸음이 낯설다. 익숙했던 등굣길인데도 어쩐지 서먹한 기분이 든다. 교실 문을 열자 친구들이 보인다. 자리에서 가방을 정리하는 아이, 칠판에 낙서를 하는 아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아이. 매일 봤던 얼굴들이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은 묘한 거리감을 만들어 놓았다. "방학 동안 잘 지냈어?" 자연스럽게 나와야 할 인사가 선뜻 나오지 않는다. 머뭇거리는 표정 속에 어색함이 스며 있다.


이 낯섦은 비단 친구들 사이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한동안 쉬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려 하니 몸이 둔하다. 익숙했던 동작이 어색하고,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다. 마치 기름칠이 필요한 톱니바퀴 같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매일 펜을 잡고 치열하게 살아오다 한 달을 쉬었을 뿐인데, 다시 집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그렇다. 한 번 멈추면 다시 시동을 거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꾸준함이 중요하다. 대단한 변화가 아니어도 괜찮다. 작더라도 매일,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멈추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아들이 방학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떠올린다. 어린 시절, 방학이 끝난 후 새로운 학기를 맞이할 때마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기억을. 하지만 결국엔 다시 익숙해졌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래서 다그치는 대신 다독여주려 한다. "왜 이제야 하니?", "이제 어떡할 거니?" 대신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돼", "지금부터 해도 늦지 않아", "넌 충분히 잘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이가 다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그리고 언젠가는 스스로 나아갈 수 있도록.


2월, 다시 시작하는 달. 우리 모두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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