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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막힐 때,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끝까지 버티는 힘에 대하여

by 기록습관쟁이


그런 순간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머릿속에 하얗게 비어버리는 순간. 글을 쓰고 싶은데 노트북을 펼치는 순간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 때가 바로 그렇다. 커서가 깜빡이는 화면을 바라보며, 이대로 닫아버릴까 고민하는 순간들이 수없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책을 펼친다. 문장을 읽고, 단어를 음미한다. 그러면 마법처럼 새로운 글감이 떠오르곤 한다. 중요한 것은 책의 내용이 아니다. 전혀 다른, 나만의 이야기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떠오르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 글도 그렇게 시작됐다. 무작정 키보드를 두드리며, 생각의 파편을 하나둘 모아가다 보니 이렇게 몇 줄의 문장이 완성됐다. 생각이 나지 않을 땐 일단 써야 한다. 생각을 기다리기보다는 생각을 만들어내는 과정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마치 깊은 물속에서 처음 숨을 참고 잠수할 때처럼, 두려워도 일단 몸을 물속에 던져야 한다.


글쓰기는 종종 마라톤과 닮았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출발선에 서는 순간, 앞으로 달려야 한다는 부담감에 다리가 무거워진다. 하지만 첫발을 내딛는 순간, 리듬이 생기고 호흡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그 과정이 쉽지 않더라도, 끝까지 달리는 사람만이 완주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때마다 우리를 가로막는 벽이 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 "너무 늦은 건 아닐까?"라는 불안, "잘 안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 나도 그랬다. 40살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이미 늦은 건 아닐까 생각했다. 20대부터 글을 써온 작가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내 글이 과연 빛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을 믿으며,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런 내게 힘이 된 건, 프로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야기였다. 그는 올해 40살이 됐지만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다. 이미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를 수없이 얻었고,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여러 번 들어 올렸으며, 개인 기록은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도 매일 고강도 훈련을 이어간다.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도, 자신이 더는 최고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들릴 때도, 그는 흔들리지 않는다. 하루도 빠짐없이 체육관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는 그의 모습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호날두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재능은 경기장에서 보여주지만, 진짜 노력은 아무도 보지 않는 훈련장에서 만들어진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독자들이 읽는 글은 결과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실패와 수정,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을 이겨낸 과정이 숨어 있다. 그러니 지금 당장 글이 써지지 않는다고, 무언가를 잘하지 못한다고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다시 글을 쓰기 위해 손을 움직이는 것이다.


꾸준함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꾸준함'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농구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도 그랬다.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훈련을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라고 묻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잠든 시간은 언젠가 내 경쟁자들이 나를 따라잡기 위해 훈련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 말이 주는 무게는 가볍지 않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일단 글을 쓰는 행위를 반복해야 한다. 아무리 의미 없는 글이라도, 맥락 없는 생각이라도 괜찮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언젠가 한 문장이 빛을 발할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 한 문장이 또 다른 문장을 불러오고, 그렇게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


심리학자 앤젤라 더크워스는 그녀의 저서 그릿에서 이렇게 말한다.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재능이 아니라 끈기다." 우리는 종종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타고난 재능이 있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이룬 성과는 포기하지 않는 마음, 꾸준히 이어온 노력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나도 그렇다. 20년 동안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다시 책을 펼치고, 펜을 들고, 키보드를 두드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글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매번 빈 화면을 마주할 때마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한다. "오늘도 한 줄을 써보자" 그리고 그 한 줄이 두 줄이 되고, 세 줄이 되며 결국 하나의 글이 완성된다.


우리는 종종 결과만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평가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프로 운동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빛나는 순간을 위해 몇 년간 피나는 훈련을 반복하듯, 글을 쓰는 사람들도 한 편의 글을 위해서 수많은 실패를 경험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이겨낸 사람만이 언젠가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한다.


혹시 지금,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쉽게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시작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아 좌절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호날두를 떠올려보자. 40살의 나이에 3,000억 원의 연봉을 받으며 여전히 최고를 향해 나아가는 그의 모습은 단순한 성공 스토리를 넘어선다. 그것은 '오늘도 포기하지 않는 한 걸음'의 가치에 대한 증명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경기장에서 뛰고 있다. 어떤 이는 새로운 도전을, 어떤 이는 지속적인 성장을, 또 어떤 이는 일상 속 작은 성취를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벽에 부딪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벽 앞에서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내디딜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


지금 당신이 하는 일에 확신이 없더라도, 시작이 너무 늦은 것 같더라도, 괜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당신의 의지가 중요하다. 책 한 페이지를 펼치듯, 생각 한 조각을 끄집어내듯, 그렇게 한 줄 한 줄 당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보자.


어떤 순간이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찾아온다. 그러니 오늘도, 당신의 꿈을 향해 작은 하나 걸음을 내디뎌보자. 글이 써지지 않아도, 도전이 두려워도, 일단 첫 문장을 시작해 보자. 그 문장이 당신의 내일을 바꿀 수 있으니까.


오늘도 힘내자. 당신의 한 걸음이 내일의 기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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