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권이 준 편리함, 그러나 대가도 있다
한때 우리는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광고를 함께 시청해야 했다. 신문을 펼치면 관심 있는 기사 한두 개를 찾기 위해 온 페이지를 훑어보는 것이 당연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려면 인기 드라마의 내용을 알 필요가 있었고, 뉴스 한 꼭지를 보기 위해 신문의 여러 면을 뒤적여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유튜브는 우리가 보고 싶은 영상만 선별해 주고, 포털사이트는 맞춤형 뉴스만 띄워준다. 정보의 바다에서 원하는 것만 건져 올리는 능력, 이는 디지털 시대가 우리에게 준 새로운 선택권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현명하게 선택하고 있을까?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더 이상 원치 않는 정보에 노출될 필요가 없어졌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내 취향을 정확하게 분석해 흥미로운 영상을 추천해 주고, 포털사이트는 내 관심사를 반영한 뉴스만 보여준다. 효율성이 극대화된 환경 속에서 우리는 시간을 절약하고, 더 깊이 있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었다. 예를 들어,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의 팀 관련 뉴스만 빠르게 확인할 수 있고, 음악 애호가는 취향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만 큐레이션 받을 수 있다. 원하는 정보만 빠르게 얻고, 불필요한 내용은 걸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더욱 스마트한 정보 소비자가 된 듯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중요한 무언가를 잃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한 편의 광고를 보면서 의외로 좋은 제품을 발견하기도 했고, 신문의 다양한 기사들을 읽으며 관심 없던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을 기회도 있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던진 질문을 통해 정치나 경제 뉴스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맞춤형 콘텐츠에 갇혀 우리는 자신의 관심사만 좇게 된다. 세상의 다양한 소식이 아닌, 나에게 익숙한 것들만 소비하며 사고의 폭이 좁아지는 것은 아닐까.
특히, 소셜미디어의 필터 버블 현상은 이를 더욱 가속화한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고, 편향된 정보 속에서 자신의 신념만 강화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과 일치하는 뉴스만을 접하면서 더욱 강한 확신을 갖게 되고, 반대 의견을 배척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사회적 분열은 심화되고, 다양성을 경험할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우리는 선택권을 얻었지만, 동시에 우연한 발견의 기회를 잃었다. 책을 읽다가 예상치 못한 명언을 만나 감동을 받거나,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에 흥미를 느끼는 일들이 줄어들었다.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편리함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낯선 것을 탐험하지 않는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프랭클린 포어는 그의 저서 <우리는 어떻게 구글이 되었는가>에서 "우리가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사고방식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알고리즘이 우리의 관심사를 분석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특정한 정보에만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는 개개인의 사고방식을 편향시키고, 사회 전체적으로 다양성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술이 주는 편리함을 거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스스로를 제한된 정보의 울타리에 가두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의식적으로 관심 없는 분야의 기사도 읽어보고,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한 달에 한 번은 일부러 평소 관심 없던 분야의 책을 읽거나, 전혀 보지 않던 장르의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알고리즘이 나를 정의하기 전에, 내가 나를 정의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선택의 시대는 곧 단절의 시대이기도 하다.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자유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선택하지 않는 것들에 의해 우리는 더욱 고립될 수도 있다. 오늘 하루, 익숙하지 않은 콘텐츠 하나를 일부러 클릭해 보는 것은 어떨까? 뉴스 헤드라인만 읽지 않고 기사 전문을 정독해 보는 것도 좋은 시도일 수 있다. 그 작은 선택이 생각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 선택이 곧 단절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편리함 속에서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디지털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