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vs 종이책, 양날의 검
밀리의 서재 앱을 구독한 지 어느덧 1년이 되었다.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시작했지만, 지난 1년간 전자책과 종이책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단 하나였다.
"전자책은 양날의 검이다."
나는 원래 종이책을 고수하는 사람이었다. 책장을 넘기는 손맛, 종이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 필기하며 읽는 습관이 독서의 중요한 일부였다. 하지만 종이책은 휴대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여러 권을 들고 다니기엔 무겁고, 갑작스럽게 생긴 자투리 시간에 읽기엔 번거로웠다. 그러던 중 스마트폰 하나로 수천 권의 책을 볼 수 있는 전자책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처음 한 달은 혁명이었다. 출퇴근길, 점심시간, 잠들기 전, 언제든 스마트폰만 열면 독서가 가능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나도 편리한 나머지, 독서 이외의 유혹도 함께 찾아왔다는 점이었다. 전자책을 읽으려 폰을 열면 카톡 알림이 울리고, 잠깐 답장을 한다는 게 어느새 SNS 피드를 훑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만들었다. 책을 읽다 지치면 바로 유튜브를 켜고, "한 챕터만 더"가 "영상 하나만 더"로 변질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전자책은 편리하지만, 그 편리함이 오히려 독서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반면 종이책은 책장에 꽂혀 있을 땐 손이 잘 안 가지만, 일단 펼치면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전자책이 즉각적인 접근성을 준다면, 종이책은 집중력을 선물했다.
물론 전자책의 장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한 손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어두운 곳에서도 조명을 따로 켤 필요 없이 독서가 가능했다. 한 번은 커피를 마시며 전자책을 읽다가 스마트폰을 떨어뜨려 커피를 엎질렀는데, 닦아내면 끝이었다. 하지만 종이책이었다면? 한 권이 통째로 망가졌을 것이다. 이런 순간에는 전자책의 실용성이 빛을 발했다.
그렇다고 해서 전자책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느냐 하면 또 아니었다. 전자책을 읽다 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졌고, 물리적인 책장을 넘기는 감각이 주는 몰입감이 그리워졌다. 특히 좋은 문장을 발견했을 때 직접 줄을 긋고, 메모를 남기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전자책의 '하이라이트 기능'은 종이책의 밑줄 긋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결국 나는 종이책과 전자책을 적절히 병행하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집중력이 분산되는 느낌이 들었다. 전자책으로 읽다가도 결국 종이책으로 돌아왔고, 다시 전자책을 활용하려 하면 다른 콘텐츠에 눈길이 가며 독서가 흐트러졌다.
결국, 전자책은 나에게 양날의 검이었다. 편리함과 즉시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집중력을 갉아먹는 위험도 함께 따라왔다. 반면 종이책은 휴대성이 떨어지는 대신, 깊이 있는 독서를 가능하게 했다.
이제 나는 다시 종이책을 중심으로 독서를 하고 있다. 하루 한 챕터씩 차분히 읽고, 필사를 하면서 문장을 곱씹는다. 전자책은 여전히 필요할 때 유용하지만, 나에게 더 가치 있는 독서 경험을 주는 것은 종이책이었다. 1년 후, 또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궁금하다. 그때도 여전히 책장을 넘기고 있을까, 아니면 다시 스마트폰을 들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