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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엔 관심 없던 내가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이유

그냥 한번 눌러본 셔터, 인생이 달라졌다

by 기록습관쟁이

사진에 관심을 가져본 적 없던 내게, 그것은 너무도 뜻밖의 선물이었다. 평소처럼 들르던 동네 슈퍼마켓에서 응모했던 이벤트에 3등으로 당첨되었고, 상으로 카메라가 주어졌다. 난생처음 접해보는 전문가용 카메라였던지라, 신기한 마음으로 이리저리 셔터를 눌러봤다. 그런데 카메라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렌즈 너머 세상을 담아내는 순간, 나는 전혀 몰랐던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였음을 깨달았다.

처음엔 무엇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막막했다. 피사체를 정하는 것도 어려웠고, 구도를 맞추는 것도 어색했다. 하지만 그 어색함은 금세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길거리에 흩날리는 노란 은행잎, 저녁노을에 물든 하늘, 친구들과 웃으며 찍은 스냅사진까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냥 스쳐 지나갔을 풍경도 다시 보게 되었고, 사소한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진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카메라를 들고 산책을 하면, 익숙한 풍경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똑같이 지나치던 골목길에서도 새로운 그림이 보였고, 일상의 사소한 순간도 특별하게 느껴졌다. 나는 점점 사진을 찍는 것이 생활의 중요한 일부가 되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눈으로 보는 세상이 더 깊어졌고, 감성적으로도 더욱 풍부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진 공모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문득, ‘한번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은 내게 단순한 취미였지만, 내 시선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그것도 꽤 의미 있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출품한 사진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8천 점이 넘는 작품들 속에서 단 100점만이 수상했다. 내 사진이 입상한 것이다. 처음 카메라를 손에 쥔 날을 떠올리며 감격스러웠다. 우연히 시작한 일이 어느덧 내 삶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세계적인 패션 포토그래퍼 스콧 슈만(Scott Schuman)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그는 원래 패션업계에서 일했지만, 우연히 길거리에서 멋진 옷차림을 한 사람들을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점차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지금은 세계적인 사진작가가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관심에서 시작된 것이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된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대한민국 교육 과정에 따라 대학을 졸업했지만,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았고, 대학 시절에는 수많은 원서와 수학 공식에 파묻혔다. 이따금 기분 전환 삼아 교양 수업을 듣긴 했지만, 그것조차도 의무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큰 고민 없이 사회에 발을 내디뎠다. 취업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며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취미생활을 하며 지냈다. 그렇게 뻔한 날들이 무한 루프처럼 반복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아내를 만나 가정을 이루었고, 아이가 태어났다. 강산이 변할 동안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반복했다. 하지만 결이 맞지 않는 사장은 내 정신을 계속해서 갉아먹었고, 나는 점점 지쳐갔다. 결국 10년 차에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부산에서 멀리 경기도로 홀로 떠났다. 가족을 남겨둔 채.


그때는 몰랐다. 나 홀로 보낸 공허한 2년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줄은. 뜻밖의 외로움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 동안 책을 읽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가족 곁으로 돌아왔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이처럼 인생에서 어떤 일이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기회를 잡을 것인가 흘려보낼 것인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기회는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기회를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만약 내가 그때 카메라를 그냥 방치해 두었다면, 사진의 즐거움을 깨닫지도 못했을 것이고, 공모전의 기쁨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나 홀로 고립된 생활을 하지 못했다면 이렇게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처음에는 사소한 기회에서 출발했다.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랬다. 그는 원래 재즈 바를 운영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야구 경기장에서 문득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처음엔 가벼운 도전이었지만 결국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인생은 때때로 우연한 순간들이 모여 특별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니 우리에게 주어진 작은 기회들을 무심코 지나치지 말자.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 그 기회가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지도 모른다. 당신에게도 곧 멋진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 다른 행운을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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