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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흔들려도, 나는 흔들리지 않기를

이직의 시대, 남아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by 기록습관쟁이

요즘 회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답답할 정도로 사무실 공기가 무겁다. 서로 간의 대화는 줄고, 사람들의 표정엔 불안이 스친다. 경제가 장기침체로 이어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 회사도 예외는 아니다. 진행 중인 사업마다 온도가 미적지근하다. 기업오너는 사내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양한 인재를 끌어모은다. 하지만 그들은 소리소문 없이 한 명씩 조용히 떠난다. 회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 상황은 계속해서 반복된다. 왜 그럴까?


솔직히 말해, 인재들이 더 나은 환경과 조건을 찾아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남아 있는 직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는 어떻게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할까? 여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경제 위기가 닥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더 안정적이고 좋은 환경을 찾아 나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랬고,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를 떠났다.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남아 있는 사람들도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다. "다음은 내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집중력이 흐려지고, 일에 대한 애정도 점점 식어만 간다.


실제로, 2022년 대기업 근속연수 조사에 따르면,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IT 업계에서는 3년 이하의 근속연수가 일반적인 일이 되었고, 대기업들도 5년 이상 근속하는 인원이 줄어드는 추세다. 사람들은 더 좋은 기회를 찾아 떠나고, 회사는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시 채용을 하지만, 떠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기업 문화 자체가 불안정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렇다고 마냥 불안에만 휩싸일 수도 없다. 남아 있는 사람들도 나름 이유가 있어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다. 아직은 떠나기 싫어서일 수도 있고, 여기가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단순히 익숙해서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중요한 건 이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지느냐가 아닐까?


솔직히 말해, 지금처럼 상황이 어려울 때 가장 필요한 건 서로에 대한 신뢰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신뢰를 주고, 직원들도 회사에 대한 믿음을 어느 정도는 가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불안이 커질수록 신뢰는 바닥을 친다. 그러니 회사가 먼저 변해야 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려 한다.

첫 째,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거다. 경제가 어려운 건 다들 알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우리는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말해주는 곳은 많지 않다. "우리는 괜찮아!" 같은 막연한 위로보다는, 지금 상황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직원들과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일례로, 넷플릭스는 위기 때도 직원들과의 투명한 소통을 중요하게 여겼다. 실적이 저조할 때도 숨기지 않고 현실을 공유했고, 덕분에 직원들은 회사가 처한 현실을 이해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었다. 단순히 급여를 올려주는 것보다도, 직원들에게 신뢰를 주는 방식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둘째,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인정은 필요하다. 솔직히 급여를 확 올려주면 좋겠지만, 그게 어려운 상황이라면 최소한 직원들이 "내가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은 들게 해줘야 한다. 작은 인센티브, 진심 어린 칭찬 한 마디,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인정. 이런 것들이 직원들의 마음을 붙잡아 둔다.


구글은 직원들을 동기부여하기 위해 '스포트라이트 보너스'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동료들이 서로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고, 그 메시지가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런 작은 인정이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고, 조직에 대한 애착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셋째,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지금 당장 회사가 잘 나가지 않더라도, 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 장기적으로도 좋은 전략이다. 새로운 기술을 배울 기회를 주거나, 내부에서 다른 역할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방법이다. 나중에 떠나더라도, 이곳에서 얻어간 게 있다고 느끼면 회사를 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스타트업 기업 중 일부는 '내부 직무 이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엔지니어가 마케팅 업무를 경험하거나, 디자이너가 기획자로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직원들이 한 회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고, 자연스럽게 더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결국,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떠나는 사람은 떠나고, 남는 사람은 남는다. 이건 경제 위기든 아니든 반복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떠날 때 떠나더라도, 이곳에서의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지, 아니면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 버틸지. 어떤 선택이 더 나을까?


어려운 시기는 언젠가 지나간다. 하지만 그 시기를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이후의 길도 달라진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그냥 흘려보내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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