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라는 경험
카페가 넘쳐나는 시대.
걸음을 옮기다 보면, 커피를 팔지 않는 가게를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다. 그중 스타벅스는 늘 눈에 띈다. 자리만 차지하는 게 아니라,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인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은 익숙하다. '왜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찾을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타벅스는 블렌딩보다 브랜딩을 더 잘한 커피집이 아닐까?'
물론, 커피 맛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적당히 괜찮다. 무난하고, 평균 이상이며, 최소한 실망은 없다. 하지만 커피 맛으로 감동받았다는 사람은 드물다. 특별히 훌륭한 블렌딩으로 칭찬받는 경우도 많지 않다.
그런데 브랜드는 다르다.
로고 하나, 초록색의 사이렌, 종이컵에 적힌 이름, 주문할 때마다 느껴지는 약간의 기분 좋은 귀찮음.
"홍길동님,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이 순간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누군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이름을 불러주는 단순한 행위가, 어쩌면 그날의 위로가 되는 셈.
공간도 그렇다.
딱히 조명이 특별한 것도 아닌데, 왠지 집중이 잘 되는 자리. 다들 노트북 하나쯤은 펼쳐놓고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 실은 유튜브를 보거나 가계부를 정리 중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 공간에 있는 나 자신을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라 느낀다.
이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집이 아니다.
스타벅스는 '브랜드라는 경험'을 판다.
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블렌딩은 기본을 지켰고, 브랜딩은 기대를 넘겼다. 우리는 늘 '맛있는 것'을 찾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멋있는 나'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 여정 한 모퉁이에, 스타벅스가 늘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