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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수레의 침묵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 들여다보는 시간

by 기록습관쟁이

어릴 적부터 들어온 말이 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 내실 없는 겉치레를 경계하는 따끔한 충고였다. 그런데 김종원 작가님의 글을 읽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작가님은 '빈 수레는 요란해야 한다'고 말한다. 텅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한 절박한 외침,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소음, 그것이 바로 열정의 증거라고. 그렇다면, 빈 수레는 마땅히 요란해야 하는 것 아닐까.


나는 조용하다. 너무나도 조용하다. 누구와 있어도, 어떤 상황에 놓여도 나는 늘 존재감이 옅다. 평범하고 얌전하며, 좀처럼 튀는 법이 없다. 마치 아무것도 실리지 않은 수레처럼 공허한데, 왜 이토록 잠잠할까. 덜컹거리는 소리 한 번 내지 못하는 나는, 어쩌면 빈 수레조차 아닌 건 아닐까 하는 섬뜩한 의문마저 든다. 달릴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박혀버린 수레처럼.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외부의 시선이 두려워 움츠러든 걸까. 아니면, 애초에 채울 무언가가 내 안엔 부재하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문제는... 요란할 만큼의 열정조차 잃어버린 내 마음이 아닐까 하는 서늘한 결론에 이른다. 텅 빈 채 멈춰 선 수레처럼, 달릴 의지마저 소실된 지금의 나. 과연 나는 다시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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