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아이가 나를 조금씩 키우고 있었다
요즘 따라 아이와 공부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된다. 딱히 누가 먼저 꺼낸 것도 아닌데, 하루에도 몇 번씩 그 단어가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공부 좀 하자.”
“공부했어?”
“공부가 재미없어?”
내가 이런 말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나도 모르게 하고 있다.
대체 공부가 뭐지?
이렇게까지 강조하면서, 나는 ‘공부’가 정확히 뭔지 알고 있는 걸까?
사전을 찾아봤다. 공부란,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 익숙하게 하려고 반복하는 것. 대상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 그리고... 때로는 애쓰고 수고하는 것.
정의는 다양했지만, 딱 떨어지지는 않았다. 의무 같기도 하고, 노력 같기도 하고, 습관 같기도 했다. 그 모든 걸 다 합쳐도, ‘우리 아이에게 공부가 뭘까’에 대한 답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10살, 우리 아이는 지금 어떤 생각으로 학교에 가고, 무엇이 재미있고, 어디에서 막히고, 뭘 알고 싶어 할까. 정말 알고 싶은 건 그런 것들인데 나는 ‘공부’라는 말에만 매달려 그걸 잊고 있었던 건 아닐까.
아이를 어떻게 공부시키면 좋을까 고민하다 보니, 결국 또 방향성에 대한 질문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되는 것이 중요한 걸까? 아니면 ‘공부를 즐기는 아이’가 되는 것이 중요한 걸까?
정보는 많다. 호기심, 집중력, 자기 주도성, 메타인지, 독서 습관...
열거된 특징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건 아이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내가 바라는 ‘결과’가 아닐까?
그러면 또다시 질문이 시작된다. 나는 지금 아이를 ‘결과’로 보고 있는 걸까?
지금 이 시기의 아이에게 필요한 건 어떤 능력이 아니라 자기를 스스로 이해하는 힘, 그리고 무엇이든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사실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공부’라는 단어 앞에서 나 역시 여전히 공부 중이다. 부모로서 어떤 태도가 옳은지,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매일매일 시험을 보는 기분이다.
한 가지 다짐하고 있는 건 있다. 아이에게 ‘공부’가 고통의 다른 말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억지로 머릿속에 욱여넣는 것이 아니라 궁금해하고, 도전하고, 실패해도 다시 해보는 배움의 즐거움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것.
공부는 결국 삶을 배우는 일이다. 아이가 삶을 배울 수 있게, 나는 오늘도 아이를 보며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공부가 뭔지 고민하는 이 시간도, 어쩌면 나에게 가장 필요한 ‘부모 공부’ 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