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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닙니까?

당연한 걸 특별하게 말하는 기술

by 기록습관쟁이

"그거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닙니까?"


고객 앞에서 열정적으로 설명을 마친 순간, 돌아온 반응은 이랬다. 순간,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허탈감, 당혹감, 심지어 민망함까지 몰려왔다. 특히 기술 영업 현장에선 이런 반응이 치명적이다. 아무리 기술 지식이 풍부하더라도, 그걸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고객 표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똑같은 기술 설명인데도 누군가는 "오, 대박입니다!"를 끌어내고, 누군가는 "그래서요...?"라는 뚱한 반응을 마주한다. 슬프게도, 나는 종종 후자였다. 나름 진심을 다해 고민하고 설명했는데 돌아오는 시큰둥한 반응에 좌절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내가 말한 게 '당연한 얘기'였을까?

아니면 단지 '당연하게 들리게' 말했을 뿐일까?


나는 평범한 말을 특별하게 바꾸는 사람들에게 끌린다. 뻔하디 뻔한 말인데도, 그 사람 입을 거치면 이상하게 가슴에 박힌다. 문장을 살짝 다듬고, 감정을 한 스푼 얹고, 능청스레 뜸을 들이는 그 기술. 마치 잘 구운 소고기에 명이나물 하나 얹은 듯, 아무것도 아닌 조합이 의외로 입안을 풍성하게 채운다. 지인 중에도 그런 사람이 한 명 있다. 그는 기술 설명을 할 때도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듯 말한다. 고객의 삶을 먼저 떠올리고, 그 속에 기술을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힘든 친구에게 "시간이 약이야"라고 말하는 건 참 쉽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세상이 무너진 것 같지? 분명 해는 다시 뜬다. 그냥 아파도 돼. 그 아픔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치유의 시작이니까." 같은 말이지만 확실히 다르게 들린다. 이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공감이다.

기술 설명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릅니다" 대신,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은 담당관님이 늘 골머리 썩던 그 재고 관리를, 마치 게임처럼 쉽고 재밌게 바꿔줄 겁니다. 데이터를 0.5초 만에 분석해서, '지금 이거 불용처리해야겠네!' 하고 무릎을 탁 치실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고객의 눈빛이 달라진다. 진짜 필요했던 게 '속도'가 아니라,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이야기'였던 거다.


누군가는 이런 걸 말빨이라 깎아내린다. 과대포장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건 스킬이 아니라 태도다.

그리고 진심에서 비롯된 감각이다.

우리는 기술을 파는 사람이 아니다. 기술로 바뀌는 삶의 '서사'를 파는 사람이다. 그 기술이 어떤 가치를 만들고, 어떤 문제를 풀어주는지 '이야기'로 전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마케팅의 대가 세스 고딘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최고의 소를 찾지 않는다. 그들은 '보랏빛 소'를 기억한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비슷한 성능을 자랑하지만, 고객이 기억하는 건 '다르게 말하는 사람'이다.


솔직히 나도 예전엔 잘 못했다.(지금도 썩 잘하는 건 아니다) 고객 앞에만 서면 머리가 새하얘지고, 질문 하나에 버벅이며 좌절했다. '나는 왜 이렇게 말을 못 할까' 자책도 많이 했다. 하지만 포기하진 않았다. 밤새 거울 앞에서 연습하고, 동료 말하기 방식을 분석하고, 고객 반응을 복기하며 내 언어를 조금씩 바꿨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갈고닦고 있다. 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다듬는 것이다. 꾸준히, 진심으로.


나는 바란다. 언젠가 내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가 이렇게 말해주기를.

"그거, 너무 당연한 얘기잖아요? 근데... 이상하게 위로가 되네요. 그리고 당신이 설명한 기술, 귀에 쏙쏙 들어와요. 바로 우리한테 필요한 거네요."

생각만 해도 뿌듯하다.


당신은 어떤 '당연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혹시 오늘 이 글이, 그 이야기를 시작하는 작은 용기가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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