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지 않은 답장

중디월드뮤직 라디오 #219

by 이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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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지 않은 답장


천국의 사람들은 너무 풍족한 일상이 따분하였다.

그래서 시끌벅적한 아래의 세상으로 하나 둘 이주하거나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은 탈출하기까지 하여

이제는 몇 안 되는 사람들만 남아있다.

세상에만 있는 도시는 조금 복잡했지만 노력이라는 것을 할 수 있었고 성취라는 것을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편하진 않았지만 희망이라는 목표를 가질 수 있었기에 힘든 것도 참아낼 만하였다.

같은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경쟁하고 살아서인지 반짝반짝하고 활기가 넘쳐흘렀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일을 마치고 각자 사각형 숙소에 돌아오면 가끔 이상한 감정에 빠져드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그것은 고독이었다.

고독은 아무리 모른 체하고 무시해도 그것은 끊을 수 없이 따라다녔다.

그럴 때마다 문득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한편 천국에서는.

고독에 면역되고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만이 남아있었다.

가끔 아랫 세상에서 먼저 이주한 친척들에게서 편지가 온다.


대개 이런 내용이다.


- 그곳의 사람들은 아직 잘 지내고 있니? 따분함에 고생이 많겠구나?

- 여기는 좀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곳에선 없었던 희망 그리고 노력과 성취란 것이 있어서 사는 맛을 느낄 수 있고 그래서 이곳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단다.

- 너도 언젠간 여기로 내려왔으면 좋겠구나.


천국의 사람들은 그런 편지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답장을 보내지는 않았다.

만약 답장을 썼더라면 이런 내용이었다.


- 그곳에 모두 모여 살아줘서 고마워.

- 덕분에 이곳은 더욱 한가한 평화를 누릴 수 있구나.

- 될 수 있으면 그곳에서 오래 살아주길 마음속 깊이 바란단다.





Èl Que Habita Al Abrigo De Dios - Skruk / Susana Pena

https://youtu.be/vuEShptQZt4?list=PLal9sIB3XTQyenIszBHq6MlpKRuBHGtt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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