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원우 Aug 14. 2020

Gisele De Santi - Casa(집)

https://youtu.be/xDNIso86-gc

Gisele De Santi  - TUDO BEM (원곡 Lulu Santos)





맑은 오후가 시작되자

열린 창문으로 살랑거리는 여름이 기웃거리며 커튼과 놀고 있고

파리는 여름으로 나가고 싶어 창문의 유리를 헤매다 결국 출구를 찾아 나갔다.

어젯밤 비바람의 질풍노도에 지쳤던 화단의 나무와 꽃들은

움츠렸던 잎들을 한 겹 한 겹 펼쳐 주황빛 햇빛에 하늘하늘 말리고 있다.

이제야 찾아온 여름의 진정한 바람.

어제의 포악했던 구름들을 북쪽으로 쫓아내고 있다.

구름들은 도망가면서 매혹의 눈빛을 세상에 뿌린다.

밤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던 풀잎의 이슬이 마르자

꽃과 풀들은 어제보다 부쩍 성숙해졌고

벌래들은 어른이 되었다.



Gisele De Santi의 앨범 Casa(집)를 듣고 있으면 

인상주의적 감흥으로 젖은 집을 말리는 여름의 산들바람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녀는 실제로 이 앨범을 집에서 출산 전 태중의 아기와 함께 만들었다.

그리고 앨범이 나오자 함께 태어난 아기 Chico에게 선물한다.



집이란 아기의 보호막이자 성장의 영양공급원인 태반처럼 어른에게도 안정과 성숙의 공간이다. 

진정한 자기만의 집은 모든 평화의 원천이며 불필요한 욕망이나 야심으로부터 정화시켜주는 장소이다.

방랑자에게는 대지가 집이고 수도자의 집은 보이지 않는 마음속에 있는 것처럼 

진정한 집이란 단순히 물리적 테두리와 거쳐는 아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처럼 집은 가족이 함께 사는 가정이 아닌 오직 혼자 만을 위한 곳이어야 한다.

학생들이 혼자 공부하기 위해 찾는 카페 역시 가정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자기만의 방, 혹은 집인지도 모른다.

또한 인터넷이나 SNS의 자신의 계정 역시 그런 자기만의 집을 만들고 싶은 욕망에서 기인한 것이리라.

고독 없는 화려하고 바쁜 일상이란 얼마나 비참한 것인가. 그것은 마치 자기만의 방이 없이 부엌이나 거실에서 사는 것과 같다. 

가족이나 손님이 돌아간 후에도 홀로 갈 수 있는 방이 없는 가정의 유랑자와 같은 것이다.




Gisele De Santi - 'Casa' 앨범 전곡 감상   

피아노 : Luiz Mauro Filho

바이올린 및 편곡 : Vagner Cunha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43T1ehjnKSWttgm8c9mA_p33TE5YnoUl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