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두운 밤.
친구를 만나러
밤길을 걷는다.
달빛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어두운 나의 앞길을
비추며 따라오고 있었다.
달에게 말했다.
나는 친구를 만나러 갑니다만
당신은 어디를 가세요?
달은 듣지 못한 척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조금 웃었다.
나 만을 위한 달의 친절을
친구에게 자랑하였다.
친구는 나를 보며 말했다.
달은 너에게도 그랬구나.
나에게만 친절한 줄 알았는데.
우리는 동시에 달을 힐끗 보고는
달에게서 등을 돌려 걸었다.
한참을 걸었다.
문득 돌아보니
달은 우리의 뒤에서 여전히
우리의 어두운 앞길을
비추며 따라오고 있었다.
제 갈길을 가는 것처럼.
우리는 조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