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함박눈은
눈은 그저 희고 차가운 얼음 가루라고 생각했다.
대지와 나무, 풀들은 그것에 짓눌려 얼어붙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혼자 좀 걱정하였다.
그러나 땅과 나무와 풀들은 나를 향해
우리는 단 한 번도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가 그런 얘기를 한 거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난 말문이 막혔고 좀 겸연쩍어졌다.
이번엔 함박눈이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나를 쳐다본다.
나는 눈길을 돌려 다른 곳을 보면서
혼자 있고 싶다고 했다.
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소만 지었다.
그리고 곧바로 대지와 아름답게 하나가 된다.
나만 빼고 그쪽은 분명 한통속이었다.
난 처연하여 집으로 들어왔지만
그다지 따뜻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