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일

중디월드뮤직 라디오 #170 [핀란드의 저녁산책 2]

by 이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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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일


아버지는 매일 같은 시간에 나보다 일찍 일어났다.

내복 차람으로 양치질을 할 때 외에

아버지의 몸매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식사는 늘 신문과 함께하며 말은 아끼는 듯했다.

좁은 어깨를 넓혀주는 헐렁한 양복 등 쪽에는 어제쯤 생긴 주름이 아직 있었다.

배꼽 윗선까지 올라오는 통바지는 튀어나온 뱃살을 눌러주면서도

가느다란 허벅지를 효과적으로 가려주는 것 같았다.

긴 금속 드라이어 소리가 끝나면 넓은 이마가 유난히 빛나 보였다.

그리고 오늘도 신중히 고른 넥타이를 매면

거리에서 흔히 봤던, 뭔가 반짝반짝한 아저씨가 된다.

가죽 가방을 들고 문을 나설 때면

지독하고 진부한 향수가 현관에 가득 남아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


나는 그 시절 아버지가 어디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

물어보는 사람도 없었지만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이제 아버지는 없지만

나는 아버지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른다.

지금도 그런 건 별로 궁금하지 않다.





중디 월드뮤직 라디오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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