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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동 Mar 19. 2020

처음이란

프롤로그

노을 지는 하늘.

나는 짓다 만 집들을 본다.

관둔 것은 아니지만, 완성은 더더욱 아니다.

완성이 아니라 짓는 순간 또한 좇아가느라 허둥댔는데

잠시 여유를 갖고 내 집들을 바라본다.



이곳엔 뭔가 문제가 있다.



*



우리는 많은 것을 끝내는만큼

또 시작하기도 한다.


많은 것과 헤어지는만큼

그것들과 만나기도 한다.


그 끝에 무엇이 있든지

그것과 우리들 사이엔 '처음'이 있었다.


세상이 인연으로 이루어져있다면

그 인연이란 물은 필시 고여만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물은 흐르게 마련이니

자연스럽게 흐르게 두어야 하며


새로운 흐름에는

언제나

첫 순간이 있었다.


처음이 계속되지 않는 삶이란

지루해지기 쉽다.



*



토대와, 기둥과, 99%의 완성을 넘어 붕괴 또한 겪기도 했던

인연이란 집들을 가만 다시 바라본다.


역시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부수어야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집보단 내 마음이 문제기 때문이다.

난 더이상 떨리지 않는다. 설레지 않는다.

내가 쌓은 인연들은 어느새 고인 물이 되어버렸다.


이들을 다시 흐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겐 첫 삽의 기억이 필요하다.

모든 것의 첫 순간이 필요했다.


어떤 하나의 감정으로 치환할 수 없는

너와 나, 조우의 순간.


거꾸로 치는 파도가 되어,

나는 나의 처음들을 다시 돌이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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