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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동 Feb 27. 2021

코로나 끝나고 꼭 할 말

있을 때 말 못해서 미안해

지난 12월 깔끔히 체념했다.


더는 '여행 가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기로.. 


말을 해봤자 갈 수도 없고, 괜히 가슴만 답답해지니까.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이 저 말을 내뱉었고 말 대신 한숨을 내뱉었는지 그 막막한 순간을 세면 한강의 자갈 수에 버금 갈 것이다.


그래서 굳이 노력 안해도 이제는 참아진다. 


그런데 가끔은 그 말을 꼭 해야만 할 때가 있다.


가고 싶어서가 아니다.


'-싶다'라는 말은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가능성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고 그저 숨 쉬듯이 나온다.


너무 간절해서. 아닌 걸 알면서도 그냥 내뱉게 되는 것이다. 그 가슴 아린 소망이 그냥 내 삶의 순간이 되어서.


그리고 또 한 가지의 이유가 있다. 


정작 난 여행을 다닐 때 못한 말이 수도 없이 많다.





3년 전 뉴욕에 갔을 때 워싱턴스퀘어파크 근처 초콜릿 가게에 갔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굉장히 친절하신 분이었고, 안그래도 뉴욕이 좋았던 나는 입밖으로 마구마구 그 도시의 칭찬을 내뱉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다. 만난 사람들 중 유독 그분이 친절해서였는가, 옆에 일행이 있어서 그런가 입도 뻥긋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거보다 좀더 아쉬운 일은 지지난해 로마에 갔을 때였다.

난 로마에서 1인실을 예약해 9일을 보냈는데, 매일 아침 일어나 비스킷과 커피 한잔을 하고 숙소를 떠났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러 숙소에 올 때면 어김없이 아침에 비운 간식 박스가 수북이 채워져있었다.

어느날엔가, 나는 박스를 채워주시는 아주머니와 마주쳤는데 그땐 간식을 채워달라 부탁한 것이어서 고맙다는 말만 짧게 하고 말았다.


그러다 어느새 정든 로마를 떠날 시간이 왔고, 그날에도 어김없이 아주머니는 정각 9시에 출근하셔서 옷을 갈아입고 빈 방에서 청소기를 돌리고 계셨다. 

나는 그분께 인사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정말 그러고 싶었다. 

그 말은 그분께 드리는 감사이자, 로마에 흔드는 손짓이자, 떠나는 이탈리아에 대한 찬사였다.


하지만 나는 또 부끄럼증이 일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숙소를 떠났다.


매번 이런 소심증을 보인 것은 아니다. 그 이전이나 이후에나 더 자연스럽게 작별이든 감사인사이든 전한 적은 꽤나 많았다. 코로나가 터지고는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인사 한마디 더 하는 습관을 길렀다.


하지만 뉴욕과 로마에서의 일은 아직도 종종 떠오른다.




내가 다녀온 그곳과 사람들에

고맙다고, 넌 참 아름답다고 한번이라도 더 얘기할걸.


그 말을 그렇게, 있을 때 못해서


'여행 가고 싶다' 이 부질없는 얘기를 한탄처럼 나는 하게 되는가보다.


다음엔, 꼭 할 말을 해야겠다 다짐하며..



"Do you like New York?"



"Yeah, it's such a GREAT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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