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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동 Apr 28. 2021

침묵의 높이

뮤렌, 스위스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있을까

묻는다면

나는 음악이라 답하곤 했습니다.


당신을 알기 전에도, 알고 난 후에

모든 곳에는 선율이 흐른다고 믿었지요

흐르는 시냇물, 쉬지 않는 아침열차

오후 가로수의 새소리 그리고 그대의 목소리


그대의 노래에서 벗어날 길은 없고

그래서 세상이 온통 음악이었네요



하지만 덜컹대는 기차를 타고 산맥을 올라

어두운 터널을 지나 탁 트인 햇빛과 함께 알프스의 높이를 보았을 때

나는 음악조차도 닿지 못할

그런 세계가 있다는걸 알게 됐지요.


음악의 한계라곤 생각지 않습니다.

참새에게 자리를 비켜주는 다른 짐승들처럼 음악이 잠시 자리를 양보해준거라 생각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조용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그곳에는 소리가 없었습니다.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져있는지 묻는다면

음악이라 답하는 것에

요즘은 별로 자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세상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확실히 알겠어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크기도 폭도 없는


침묵


그것이 바로 '끝' 그 자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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