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말이 없었다
그렇게 셋은 한자리에 있었다.
모든 걸 체념한 듯,
전 남자친구는 나에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래서 헤어지자고 한 건 맞아요?”
“네, 그렇긴 한데… 만난 시간도 있고 해서 시간을 좀 갖자고 한 상황이에요.”
19살 낭만의 시절에 나눌 대화는 아니었다.
여자친구는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미안함인지, 부끄러움인지, 무안함인지—
가장 많은 말을 해야 할 사람은 떠나 버리고,
둘만 덩그러니 남아 멀뚱히 서로를 응시했다.
“알겠어요. 이렇게 된 건 미안한데, 정리는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겠네요.”
무기력한 그는 발걸음을 돌렸다.
“저기.”
“네?”
멈춰 선 그가 나를 불러 세웠다.
“여자친구 잘 지켜봐요.”
(무슨 뜻일까)
나는 속으로 생각했고,
그렇게 전 남자친구1은 화면 밖으로 걸어 나갔다.
쟁취였다.
어린 마음은 승리의 감정으로 받아들였다.
칼을 뺏어 들고는 번쩍 들어 올렸다.
칼날을 잡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 기분에만 도취되었다.
현 남자친구는 마음껏 사랑했다.
지구상 모든 사람들에게
쟁취해 낸 사랑을 증명하느라 시간이 모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