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액의 예정이란 당사자 간에 손해가 발생하였을 때 배상할 금액을 미리 정하여 두는 약정입니다. 위약벌이란 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할 때 채권자가 손해배상과 별도로 몰수하기로 한 위약금입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은 당사자 간에 채무불이행 발생 시 상대방에게 지급하여야 할 금액을 채무불이행 발생 전에 확정하여 둠으로써 손해액 산정의 곤란함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가. 법원의 직권감액 가능 여부에 따른 구별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약벌을 약정한 경우에는 위약벌의 금액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2002. 4. 23. 선고 2000다567976 판결에서, 손해배상의 예정에 관한 규정인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위약벌의 금액을 감액할 수 없고, 다만 그 의무의 강제에 의하여 얻어지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벌이 과도하게 무거운 경우에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되는 것에 불과하다는 태도입니다.
따라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은 법원의 직권감액 가능 여부에 있어 차이가 있으므로 계약에서 정한 내용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는지 위약벌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해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나. 구체적인 사례
1) 도급계약에서의 이행보증금
종래에는 도급계약에서의 이행보증금이 위약벌인지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에 관하여 판례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도급계약에서 이행보증금과 지체상금의 약정이 모두 존재하는 경우, 이행보증금은 위약벌로 지체상금은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보는 판결들이 상당수 존재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0. 12. 8. 선고 2000다35771 판결에서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입증되어야 하는바, 이 사건 하도급계약서에 계약보증금 외에 지체상금도 규정되어 있다는 점만을 이유로 하여 이 사건 계약보증금을 위약벌로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이행보증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판단한바, 이후의 대법원 판례들은 대체로 이행보증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2) 계약금배액상환조항
계약금의 수수가 존재하는 경우 민법 제565조 규정에 의하여 계약금은 해약금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계약금의 교부만으로 위약금약정이 존재한다고 추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에서 계약금배액상환조항을 두고 있는 경우에 대법원은 위 조항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존재하는 경우 채권자는 채무불이행이 있다는 사실만을 증명하면 예정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고, 손해의 발생 및 손해액의 증명을 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07. 12. 27. 선고 2006다9408 판결에서 “채무자는 채권자와 채무불이행에 있어 채무자의 귀책사유를 묻지 아니한다는 약정을 하지 아니한 이상 자신의 귀책사유가 없음을 주장·입증함으로써 예정배상액의 지급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당사자 간에 손해배상액을 예정하였더라도 채무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또한 위 판례는 “채무자의 귀책사유를 묻지 아니한다는 약정의 존재 여부는 근본적으로 당사자 사이의 의사해석의 문제로서, 당사자 사이의 약정 내용과 그 약정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지만, 당사자의 통상의 의사는 채무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채무불이행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라고 판시하여, 채무자의 귀책사유를 묻지 않기로 하는 약정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제한하여 인정하여야 한다는 태도입니다.
위약벌의 경우에도 위약벌은 의무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의 성질을 갖는 것이므로 채무자의 귀책사유가 있는 때에만 위약벌에 기한 청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경우, 대법원은 1991. 3. 27. 선고 90다14478 판결에서 “채무자는 실제로 손해발생이 없다거나 손해액이 예정액보다 적다는 것을 입증하더라도 채무자는 그 예정액의 지급을 면하거나 감액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의하여 손해배상청구를 할 때 손해발생은 불요합니다.
위약벌의 경우, 대법원은 1979. 9. 11. 선고 79다1270 판결에서 “불이행에 대한 위약벌 또는 제재금의 성질을 가진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보증금의 귀속에 관하여 손해발생이 필요한 것이 아니며 그와 같은 규정이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수도 없다”라고 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마찬가지로 손해발생을 요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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