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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동근 변호사 Jun 04. 2021

퍼블리시티권과 연예인의 성명 초상 등에 관한 가처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발전과 함께 유명 연예인들의 성명, 초상 등을 본인의 동의 없이 상품에 부착하거나 광고에 삽입하는 등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데서 비롯된 분쟁이 늘고 있고 향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성명 또는 초상에 관하여 가지는 법률적 이익으로서 성명권, 초상권이 개별적 인격권으로 인정되어 왔으므로, 이에 대한 침해는 인격권으로서의 성명권 또는 초상권에 대한 침해로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전통적 견해입니다.


그러나 연예인들의 성명, 초상이 본인의 승낙 없이 무단히 사용될 경우 입게 되는 손해는 단순히 성명, 초상이 무단 사용된 데 따른 정신적 고통이라기보다 오히려 정당한 사용계약을 체결하였을 경우 얻을 수 있었을 경제적 이익의 박탈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특히 한류로 인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급성장에 발맞추어 이러한 권리의 양도, 상속 등을 인정함으로써 상당한 부가가치의 창출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인식되면서 유명인의 성명, 초상 등에 관한 권리를 인격권이 아닌 재산권으로 구성하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그 중심에는 퍼블리시티권의 인정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1. 퍼블리시티권의 인정 여부


퍼블리시티권(the right of publicity)이란 초상, 성명 등의 상업적 이용에 관한 권리, 또는 사람의 초상, 성명 등 그 사람 자체를 가리키는 것(identity)을 광고, 상품 등에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라고 정의됩니다.


퍼블리시티권의 본고장인 미국에서의 발달 추이를 보면, 1953년 연방 제2항소법원의 Haelan 판결에서 처음 인정된 후 1954년 저작권법 분야의 대가인 Nimmer 교수가 발표한 The Right of Publicity라는 논문에 의해 이론적 뒷받침을 받아 1977년 Zacchini 판결에 이르러 연방대법원에 의해 독자적인 법적 지위를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퍼블리시티권은 연방 차원에서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며 각 주의 법률이나 보통법(common law)에 의해 인정되는 권리이므로, 권리의 인정 여부 및 권리의 내용(상속성 인정 여부, 보호기간 등)이 주에 따라 상이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의 개념을 최초로 언급한 소설 이휘소 사건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명인의 성명, 초상 등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사항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리로 정의하고, 문학작품인 소설에서 이휘소의 성명, 사진을 사용한 것은 상업적 사용이 아니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습니다(서울지법 1995. 6. 23. 선고 94카합9230 판결).


그 후  퍼블리시티권이 주된 쟁점이 된 하급심 판결례가 상당한 정도로 축적되었으나, 아직까지 권리 자체의 인정 여부, 양도성 상속성의 인정 여부, 보호기간 등에 관해 다양한 판단이 나오고 있을 뿐 통일된 견해가 정립되지 아니한 상태입니다.





2. 판례의 태도


그동안 축적된 퍼블리시티권에 관한 하급심 판례들을 권리 자체의 인정 여부와 퍼블리시티권의 양도성 상속성의 인정 여부를 기준으로 분류하면, 크게 부정적 입장, 제한적으로 긍정하는 입장, 긍정적 입장의 세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1) 퍼블리시티권을 부정한 사례


부정적 입장은 우리 법체계상 퍼블리시티권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한 판결들입니다. 대표적으로 제임스딘 사건에서 법원은 “성문법주의를 취한 우리나라에서 법률, 조약 등 실정법이나 확립된 관습법 등 근거 없이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물권과 유사한 독점적, 배타적 재산권인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기 어렵고, 그 성립요건, 양도․상속성, 보호대상과 존속기간, 침해 시 구제수단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어야 비로소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판시하였습니다(서울고법 2002. 4. 16. 선고 2000나42061 판결).


이러한 입장을 취할 경우, 연예인의 초상, 성명 등이 제 3자에 의해 무단으로 영리 목적으로 이용될 경우, 초상권 침해를 원인으로 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 위자료 청구만을 인정하게 됩니다.


위 제임스딘 사건 이후에 나온 김민희 사건(서울중앙지법 2004. 10. 1. 선고 2002가단254093 판결), 은지원 사건(수원지법 2005. 1. 13. 선고 2004가단20834 판결)에서는 위 판결과 같은 이유로 퍼블리시티권을 부인하면서 초상권 침해로 인한 위자료 청구만을 인용하였습니다.


2) 제한적으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한 사례


제한적으로 긍정하는 입장은 초상 성명의 상업적 이용에 관한 재산적 권리라는 퍼블리시티권의 개념을 인정하여 초상 성명 등의 무단사용에 의한 재산적 손해 발생을 인정하면서도 양도․상속에 관해서는 이를 부정하는 입장을 말합니다. 이 견해는 퍼블리시티권의 인정 근거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다시 인격권에 근거한 입장과 관습법에 근거한 입장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인격권에 근거한 판결들은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 달리 개별적 인격권으로서 초상권, 성명권이 인정되므로 이들 권리의 외연을 확장하여 재산권적 측면을 갖는 초상영리권, 성명영리권 등의 개념을 포괄할 수 있는바, 이들 영리권이 미국법상 퍼블리시티권에 대응한다고 봅니다. 이 견해를 취한 판결 중에는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 경우도 있고, 퍼블리시티권 대신 초상영리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고법 2001. 10. 24. 선고 2001나30680 판결(시나위 사건)에서는 초상권을 촬영작성거절권, 공표거절권, 초상영리권으로 구분하고 이 중 초상영리권이 퍼블리시티권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초상영리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판결로는 서울지법 남부지원 1997. 8. 7. 선고 97가합8022 판결(시사매거진 2580 사건), 서울중앙지법 2006. 2. 1.자 2005카합4461 결정(배용준 밀랍인형 사건) 등이 있습니다.  


관습법에 근거하여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은 퍼블리시티권이 이미 사회에서 확고한 관행으로 자리 잡았으므로 법원의 판결을 통해 법적으로 승인됨으로써 관습법상의 권리로 인정된다는 것입니다(서울지법 서부지원 1997. 8. 29. 선고 94가합13831 판결).


인격권에 근거한 판결례에서는 인격권이 성질상 일신전속권으로 양도나 상속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를 부정함이 당연하고, 관습법에 근거한 판결례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이 당사자의 인격과 완전히 분리된 독립된 권리로 보기 어려운 점, 재산권이라도 모두 상속이 가능한 것은 아닌 점 등을 이유로 상속성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3) 퍼블리시티권을 긍정하는 사례


긍정적 입장은 퍼블리시티권을 관습법에 근거한 재산권으로 보고 양도․상속성도 인정하는 판결들입니다. 초상권의 양도를 긍정한 판결로는 비달사순 사건(서울고법 2000. 2. 2. 선고 99나26339 판결), 프로골퍼 장정 사건(수원지법 성남지원 2002. 8. 30. 선고 2001가합5032 판결)이 있고, 소설가 이효석 사건(서울동부지법 2006. 12. 21. 선고 2006가합6780 판결)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이 인격권보다 재산권에 가까운 점, 그 성질상 상표법이나 저작권법 규정을 유추적용함이 상당한데 이러한 권리들은 상속이 가능한 점, 상속을 부정할 경우 사망이라는 우연적 요소에 의해 재산적 가치가 좌우되어 부당한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큰 점 등을 이유로 퍼블리시티권의 상속성을 인정하고, 그 존속기간은 저작권법의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권리자의 사후 50년으로 정하였습니다(현행 저작권법 제39조에 따르면 사후 70년).



3. 퍼블리시티권의 제한


퍼블리시티권도 표현의 자유에 의한 제한을 받습니다. 특정인의 성명, 초상 등을 정보와 사상의 전달을 주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잡지나 서적, TV에서의 비평, 소개를 위한 유명인의 초상 이용은 표현의 자유에 포섭되고, 신문 잡지의 기사, TV 뉴스 등에 이름이나 초상이 게재되더라도, 사적 내지 상업적 이용과 같은 부정이용이 은폐된 경우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연예오락, 픽션․넌픽션을 포함한 창작품에까지 미치므로 본인의 허락 없이 전기를 쓰거나 소설화 영화화 연극화하여 타인의 성명 초상을 사용하더라도 퍼블리시티권의 침해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4. 주문례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한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주문은 “피신청인은 신청인의 초상을 이용한 별지 목록 기재 물건을 제작 판매 전시하거나 유통하여서는 아니 되고, 위 물건을 홍보하면서 신청인들의 초상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신청인은 신청인의 초상을 이용하여 제작한 별지 목록 기재 물건의 제품 및 반제품에 대한 점유를 풀고, 이를 신청인이 위임하는 집행관에게 인도하여야 한다.”는 형태가 됩니다.



5. 관련 결정례 


① 전지현 광고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03. 7. 28.자 2003카합1590 결정)


신청인은 피신청인 회사의 멤버쉽 카드광고를 촬영하였는데, 피신청인은 신청인의 초상이 담긴 포스터, 현수막 등 광고물을 피신청인 멤버쉽 카드의 제휴사에 배포하여 제휴사의 영업장소에 게시토록 하였습니다.      

법원은 피신청인이 신청인의 허락 없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은 인격적 재산적 이익인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하여 제휴사에 설치된 인쇄물의 철거를 명하였습니다.


② 최윤영 요가비디오 사건(서울남부지법 2004. 8. 4.자 2004카합1285 결정)


신청인은 연예인으로 요가 비디오를 촬영 발매하였는데, 요가매트 판매 회사인 피신청인이 홈쇼핑 방송을 통해 신청인의 요가비디오를 끼워 자신의 요가제품을 판매하면서 신청인의 요가비디오에 관한 홍보용 이미지 사진 및 비디오를 방영하였습니다.


법원은 홈쇼핑 방송의 주 목적이 요가매트 등의 판매이므로, 판매성과를 높이기 위해 신청인의 요가비디오를 끼워 파는 과정에서 신청인의 초상이 나온 홍보용 비디오 및 이미지 사진을 방영한 것은 초상권 및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아 당해 방송의 금지, 요가제품 판매시 신청인의 성명 초상의 사용금지를 명하였습니다.


③ 한국프로야구 2005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6. 4.자 2005카합2156 사건)


신청인들은 프로야구 선수이고, 피신청인들은 신청인들의 성명, 초상이 표시된 모바일 게임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이동통신사를 통해 유료 서비스를 시행하였습니다.


법원은 피신청인들의 행위가 신청인들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인격권과 불가분적으로 결합된 퍼블리시티권의 속성상 혹은 무체재산권 유사의 권리로 저작권법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금지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았으나, 사건에서 성명 표시로 인한 신청인들의 대외적 이미지 손상이 없고, 유사 게임물 개발이 추진되고 있지 않아 추가적 손해발생의 우려가 크지 않으며, 사후 금전배상을 통한 전보가 가능한 반면, 신청이 인용될 경우, 피신청인들로서는 사업 전체를 중단해야 하고, 사회 일반에 부도덕한 기업으로 알려져 영업에 상당한 지장이 예상되며, 신청인들과 사전 접촉하지는 아니 하였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KBO 등과 접촉하는 등 사용 권원을 얻기 위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고 보아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④ 배용준 밀랍인형 사건(서울고법 2006. 6. 14.자 2006라229 결정)


피신청인은 신청인의 동의 없이 신청인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밀랍인형을 제작하여 유료로 전시하려 하였습니다. 신청인이 초상권 및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주장하자, 피신청인은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의해 신청인의 권리가 제한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초상권이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의해 제한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밀랍인형이 신청인을 제대로 묘사하지 아니하였고 완성도가 떨어져 신청인의 명성 인상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점, 피신청인이 사전에 신청인의 허락을 얻으려는 노력 없이 유료 전시를 시도한 점 등을 이유로 예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될 수 없다고 하여 신청을 인용한 원심을 유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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