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계약에 의하여 계약 상대방인 사업자 또는 매니지먼트사에게 독점적으로 예능적 노무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연예인이 어떠한 이유에서든 전속계약의 효력을 부인하며 계약에 따른 노무 제공을 거부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합니다. 이러한 경우 사업자 또는 매니지먼트사는 연예인의 귀책사유에 의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위약금 약정에 기한 위약금 청구를 함으로써 사후 구제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실제 이러한 사건들을 다룬 판결례들을 살펴보면, 사업자나 매니지먼트사에 대한 구제의 정도가 그들의 기대 수준에 비추어 상당히 미흡한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판결례들을 보면,
①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연예인에 대한 투자비용의 범위에 관하여
“연예인의 교육 훈련 관리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매니지먼트사가 그에 필요한 사무실, 교육 및 훈련장소, 음향시설, 컴퓨터와 같은 기본적 시설이나 관리 인력을 갖추는 것은 사업 목적 달성에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연예인 지망생에 대한 투자비용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고 판시하여 투자비용의 범위를 제한하였고(서울고법 2004. 11. 10. 선고 2004나18172)
② 매니지먼트사가, 계약 이행을 거부하는 연예인이 계약상 의무를 그 기간 만료일까지 충실히 수행하였다면 수익을 얻을 수 있었음을 전제로 제기한 일실수익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에 관하여
“전속매니지먼트계약에서 매니지먼트사의 순수익은 연예인의 연예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 중 매니지먼트사가 분배받은 수익금에서 연예인의 활동을 위하여 매니지먼트사가 지출해야 하는 각종 비용을 공제한 것이므로, 당초 계약기간까지 전속계약이 존속할 경우에 연예인의 연예활동에 의해 매니지먼트사가 얻을 수 있었던 소득을 일실수익으로 청구하기 위해서는 장차 연예인이 연예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수입이 그 과정에서 매니지먼트사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초과하는 것이라는 사실 및 구체적인 초과액을 입증해야 하고, 계약 파기 전까지 일정한 이익이 발생하였다는 점만으로는입증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청구를 기각한 바 있으며(서울중앙지법 2005. 11. 18. 선고 2004가합68835 판결)
③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해석되는 경우에 그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때에는 적당히 감액할 수 있는데(민법 제298조 제2항), 위 법리에 의해 연예인의 전속계약 위반에 따른 위약금 청구가 쟁점으로 된 상당수의 사건에서 위약금을 대폭 감액하였습니다(서울고법 2001. 10. 23. 선고 2001나7126 판결).
이렇듯 법원이 연예인의 전속계약 위반에 따른 사후적 구제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함에 따라, 사업자나 매니지먼트사로서는 전속계약의 이행을 거부하는 연예인을 상대로 다른 사업자나 매니지먼트사와의 계약체결 및 이에 기초한 연예활동의 금지를 구하는 출연금지가처분 혹은 연예활동금지가처분 등을 제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전속출연계약을 맺은 연예인이 다른 사업자와 동종의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할 부작위의무를 부담하는데 이에 위반하여 다른 사업자와 동종의 계약을 맺고 다른 사업자를 위하여 출연하는 경우, 사업자의 구제수단으로서 손해배상청구권과 계약해제권이 인정되는 이외에 특히 계속하는 권리관계에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또는 기타 필요한 이유에 의하여 금지의 가처분이 가능합니다. 구체적으로 배우는 매니지먼트계약 기간동안 계약에 따른 매니지먼트사의 독점적 위임 에 위반하여 다른 매니지먼트사에게 업무를 위임하거나 활동을 함께 하여서는 아니 되는데, 이를 위반하는 경우 매니지먼트사는 다른 매니지먼트사와의 계약체결 또는 업무위임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하급심의 결정례 중에는,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은 매니지먼트사와 연예인이라는 계약당사자 사이의 고도의 신뢰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일단 그 신뢰관계가 깨어진 경우에는 매니지먼트사와의 사이에 전속관계를 지속할 것을 강제하는 것이 부적절하고, 전속의무에 위반한 연예인의 활동을 금지한다고 하여 매니지먼트사와의 전속계약 이행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전속계약 위반으로 인하여 매니지먼트사가 입는 손해는 결국 연예인의 연예활동에 따라 분배받을 수입금을 상실하는 것으로서 금전에 의한 손해전보가 가능한 반면, 연예인이 연예활동을 전면적으로 금지당함으로써 입는 손실은 금전으로 환산하기 어렵고, 직업 자체를 제한받게 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매니지먼트사가 연예인의 계약 위반 및 그로 인한 손해를 주장 입증하여 손해배상 등의 권리구제를 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연예인을 상대로 출연금지 등 연예활동 금지를 명할만한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출연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사례들이 있습니다(서울중앙지법 2006. 5. 18.자 2006카합966 결정, 서울중앙지법 2006. 11. 23.자 2006카합3412 결정).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주문례
피신청인은 20○○. ○○. ○○.까지 신청인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는 직접 또는 신청인 이외의 제3자를 통하여 영화 상업광고물 연극 TV 라디오 인터넷방송프로그램 및 기타 영상 프로그램에 출연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신청인은 20○○. ○○. ○○.까지 신청인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는 직접 또는 신청인 이외의 제 3 자를 통하여 연예활동을 하여 서는 아니 된다.
“피신청인은 20○○. ○○. ○○.까지 신청인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는 직접 또는 신청인 이외의 제 3 자를 통하여 연예활동을 하여 서는 아니 된다.”는 형태의 포괄적인 신청취지는 필요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 연예활동에 해당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여야만 가처분 위반 시 간접강제에 의한 집행이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청취지로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속매니지먼트계약상 연예인은 계약 기간 중 다른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연예활동을 하지 아니할 부작위의무를 부담하는 한편, 매니지먼트사가 체결한 출연계약 내지는 매니지먼트사가 정한 활동에 협력하여 자신의 예능적 자질에 기초한 노무를 제공할 작위의무를 부담합니다.
연예인의 위와 같은 작위의무의 내용은 출연교섭중인 영화 광고 등에 출연할 의무, 매니지먼트사가 기획 제작하는 음반을 취입할 의무처럼 구체화된 것일 수도 있으나, 대개는 매니지먼트사의 독점적인 매니지먼트에 성실하게 협력할 의무이거나 출연교섭에 응할 의무가 됩니다.
연예인이 전속계약에 반하여 출연 또는 매니지먼트사에 대한 협력을 거부하는 것은 해당 연예인에게 사회통념상 그 이행이 불가능한 특별한 사정 예컨대 중병, 부모상 등 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의 유형 중 이행거절에 해당됩니다. 채권자는 이행불능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강제이행청구권을 가지므로, 매니지먼트사가 출연의무 등의 이행을 거절하는 연예인을 상대로 예능적 노무의 제공 혹은 매니지먼트에 협력을 구할 수 있는 피보전권리는 충분히 인정됩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부대체적 작위의무의 집행은 간접강제에 의할 수밖에 없는데, 연예인이 매니지먼트 권한에 복종하여 영화에 출연하거나, 음반을 취입하는 행위는 채무의 이행에 특별한 예술적 기능을 필요로 하는 경우로서 간접강제를 허용할 수 없으므로, 결국 강제집행이 불가능합니다.
이처럼 피신청인의 임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 이외에 강제집행이 불가능한 가처분을 강학상 임의 이행을 기대하는 가처분이라 하는데 보전의 필요성의 측면에서 이러한 가처분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강제집행이나 위반에 대한 제재가 불가능한 이상 가처분을 발령해야 할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 임의 이행을 기대하는 정도의 잠정적 법규제라도 하여 두는 것이 실제 분쟁해결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과 재판 실무에서도 매니지먼트사가 연예인에게 구하는 협력의무이행 가처분과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갖는 노동조합의 사용자에 대한 단체교섭응낙 가처분이 활용되고 있는 점(춘천지법 2007. 8. 31.자 2007카합155 결정)에 비추어 보면 부대체적 작위의무를 구하는 가처분도 구할 수 있습니다.
① 매니지먼트사 甲과 이미 전속계약을 체결한 연예인 A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별도의 전속계약 체결을 시도하는 매니지먼트사 乙이 있는 경우, 甲의 신청에 의해 乙에 대해 A와의 계약체결 금지를 명하는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는지, ② 매니지먼트사와 연예인 사이에 체결된 전속계약 내용 중에 매니지먼트사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한 불공정한 거래행위(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제4호)에 해당하는 조항이 포함된 경우, 연예인이 이러한 계약 조항의 이행을 요구하는 매니지먼트사를 상대로 그와 같은 행위의 금지 또는 계약의 효력정지를 명하는 가처분을 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① 의 쟁점은 제3자의 채권침해의 경우에 침해금지를 명하는 가처분의 가부, ② 의 쟁점은 공정거래법위반행위의 금지를 명하는 가처분의 가부인데, 양자의 공통적 논점은 현행 법령상 또는 판례에 의해 금지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 일반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가처분에 의한 구제가 가능한가라는 문제로 귀결됩니다.
현행 법률에서 금지청구권에 관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는 민법 제214조, 제217조, 특허법 제126조, 실용신안법 제30조, 디자인보호법 제62조, 상표법제65조, 저작권법 제123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48조,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 제18조,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제4조, 제10조 등입니다.
한편, 판례는, 인격권은 그 성질상 일단 침해된 후 구제수단(금전배상이나 명예회복 처분 등)만으로는 그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 어렵고 손해전보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인격권 침해에 대하여는 사전(예방적) 구제수단으로 침해행위 정지 방지 등의 금지청구권을 해석상 인정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6. 4. 12. 선고 93다40614,40621 판결 등).
1) 판례의 태도
제3자의 채권침해에 관한 본안소송에 있어 대법원은, 제3자의 행위가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존재 및 그 채권의 침해 사실을 알면서 채무자와 적극 공모하거나 채권행사를 방해할 의도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 등 채권침해의 고의 과실 및 위법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3자의 채권침해에 의한 불법행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으나(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다25021), 채권적 권리는 대세적 효력이 없음을 이유로 제3자에 대한 금지청구권은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대법원 2001. 5. 8. 선고 99다38699 판결).
또한, 공정거래법위반행위에 대해 금지를 구한 본안소송을 보면, 비록 하급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원고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피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피고가 윈도우XP를 판매하면서 인스턴트 메신저를 끼워팔기한 것은 부당하게 거래를 강제하는 행위로서 공정거래법에 위반됨을 이유로 금지를 구한 사례에서, 법원은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금지청구를 인정하는 명문의 법률 규정이 없는 이상, 공정거래법 제56조에 규정된 손해배상청구권 이외에 공정거래법에 근거한 금지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3. 8. 1. 선고 2001가합60373 판결).
대법원은 민법 제763조에 의하여 불법행위에 준용되는 민법 제394조가 금전배상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률에 다른 규정이 있거나 당사자가 다른 의사표시를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불법행위자에 대하여 원상회복청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므로(대법원 1997. 3. 28. 선고 96다10638 판결), 이 법리를 재판실무에서는 불법행위의 사후적 구제수단인 원상회복청구뿐 아니라 사전적 구제수단인 금지청구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현행 가처분 재판 실무는 법령상 또는 해석에 의해 금지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 한, 일반 불법행위에 대해 금지를 명하는 가처분을 발령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매니지먼트사가 자신과 전속계약 관계에 있는 가수에게 접근하여 영화 주제곡 녹음 계약을 체결한 영화사를 상대로 가처분으로 녹음된 제작물의 사용 및 양도 금지를 구한 사안에서, 법원은 “전속계약에 기하여 신청인이 보유한 권리는 채권적 권리에 불과하여 대세적인 효력이 없어 피신청인과 가수 사이에 영화 주제곡 녹음에 관한 계약이 체결되어 신청인의 권리가 사실상 침해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전속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피신청인을 상대로 영화 주제곡의 사용금지 등을 구할 권원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고, 가사 피신청인의 행위가 신청인의 채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제3자의 채권침해가 언제나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닐 뿐 아니라, 설령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신청취지와 같은 부작위의무를 명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3. 31.자 2005카합849 결정).
또한, 카드회사들이, 자신들과 교통카드서비스협약을 체결한 한국스마트카드사가 위 협약의 갱신을 거부함으로써 교통카드 서비스를 중지하려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부당한 거래거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가처분으로 그 행위의 금지를 구한 사안에서, 법원은 “공정거래법은 불공정 거래행위가 발생한 경우에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자를 상대로 한 금지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바, 현행 법제 하에서는 가사 피신청인의 갱신 거절이 부당한 거래거절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한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 이외에 거절 상대방의 신청에 의해 거래거절의 금지를 명하는 취지의 가처분을 발령할만한 법률상의 권원을 인정하기 어렵다.” 고 판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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