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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동근 변호사 Jun 06. 2021

[지식재산전문변호사] 패러디와 저작권침해

패러디(parody)란 표현형식을 불문하고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원작의 특징을 흉내 내거나 과장하여 왜곡함으로써 원작이나 사회적 상황에 대해 비평 풍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중 원작 자체를 대상으로 한 것을 직접적 패러디, 원작을 이용하지만 원작이 아닌 사회적 상황을 비평 풍자하는 것을 매개적 패러디라 합니다.     

     

팝아트와 같이 순수예술의 분야에서도 패러디가 사용되지만, 패러디가 주로 이용되는 부문은 영화, 대중가요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입니다. 미국에서는 Naked Gun(총알탄 사나이), Hot Shot(못말리는 비행사), Scary Movie(무서운 영화) 같은 패러디 영화들이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고, 우리나라에서도 가수 서태지의 컴백홈 등 대중가요의 패러디가 사건화된 바 있습니다.     

     

     

1. 저작권법상 패러디의 허용 여부     

     

패러디는 원작을 이용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원작에 관한 저작권과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특히 문제되는 것은 저작재산권 중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 유지권입니다.     

     

이에 관해 2차적 저작물은 원저작물에 대한 파생적 저작물(derivative works)로서 원작의 단순한 변형에 불과하고 , 패러디는 원작을 소재로 하지만 원작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창작물이므로 성공한 패러디는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 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나 패러디와 2차적 저작물을 개념상 구별하더라도 실제로 패러디와 2차적 저작물을 구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므로 패러디에 대해 일단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패러디 항변에 관해 판단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간명하며 재판실무도 그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패러디가 원작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항변의 근거로는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 관한 저작권법 제28조와 동일성 유지권의 제한에 관한 저작권법 제13조 제2항 제5호를 들 수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13조(동일성유지권)      

②저작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변경에 대하여는 이의(異議)할 수 없다. 다만, 본질적인 내용의 변경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09. 4. 22.>     

5. 그 밖에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의 변경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ㆍ비평ㆍ교육ㆍ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습니다.     

     

패러디의 대상은 통상 널리 알려진 원작이므로 공표된 저작물인 것이 보통이고, 패러디는 비평의 목적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문제는 인용이 정당한 범위 에 속하는지, 공정한 관행 에 합치되는지에 좌우됩니다. 또한, 동일성 유지권은 본질적인 변경이 아닌 한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의 변경이 가능합니다.     

     

규정상 정당한 범위, 공정한 관행, 부득이 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등은 모두 다의적 불확정적 개념이므로 해석의 여지가 비교적 넓은 편에 속합니다.     

     

가수 서태지의 컴백홈의 패러디곡에 관한 가처분 결정에서 법원은 패러디로서 저작물의 변형적 이용이 허용되는지 여부는 저작권법 제28조 및 제13조 제2 항의 규정취지에 비추어 ① 원저작물에 대한 비평 풍자 여부, ② 원저작물의 이용 목적과 성격, ③ 이용된 부분의 분량과 질, 이용된 방법과 형태, ④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시장수요 내지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1. 11. 1.자 2001카합1837 결정).     

     

위 결정에서 적시한 네 가지 판단 요소는 저작물의 공정사용(fairuse)에 관한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에 규정한 참작 요소, 즉 이용의 목적 및 성격(the purpose and character of the use),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의 성격(the nature of the copyrighted works), 이용된 부분이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양과 상당성(the amount and substantiality of the portion used in relation to the copyrighted work as a whole), 이용이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의 잠재적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the effect of the use upon the potential market for or value of the copyrighted work)과 사실상 동일합니다.     

     

참고로 패러디에 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보면, Acuff-Rose Music, Inc.가 저작권을 갖는 Oh, Pretty Woman 이라는 록 발라드곡을 Campbell이 Pretty Woman 이라는 랩송으로 편곡 개사한 패러디곡의 공정사용 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에서, 법원은 저작권법 제107조의 네 가지 요소를 검토하여 비록 패러디곡이 원곡의 핵심 부분을 무단으로 사용했고, 그 목적 또한 상업적이었지만, 원곡을 충분히 변형(transform)하고 비평한 점, 패러디의 특성상 원작이 무엇인지 드러나도록 원작의 핵심 부분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한 점, 변형된 패러디곡이 원곡의 시장에 실질적 악영향을 미치는지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공정사용을 인정하였습니다[Campbell v. Acuff-Rose Music, Inc. 510 U.S. 569(1994)].     

     

          

     

     

2. 판례의 태도     

     

① 서태지 컴백홈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01. 11. 1.자 2001카합1837 결정)     

     

피신청인은 신청인 가수 서태지의 “Come Back Home”을 개사하고, 음정 박자를 달리한 컴배콤이라는 곡을 발표하였습니다. 신청인은 복제권과 동일성 유지권 침해를 주장했는데, 복제권 침해 주장은 신청인이 원곡의 저작재산권을 저작권 신탁관리업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양도하였음을 이유로 배척되었습니다. 


동일성 유지권 침해 주장에 관해, 법원은 앞서 본 네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① 개사곡이 원곡에 나타난 특징을 흉내내어 단순한 웃음을 자아내는 정도에 그칠 뿐 비평적 내용을 부가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점, ② 상업적 목적으로 원곡을 이용한 점, ③ 원곡을 인용한 정도가 패러디로서 의도한 바를 넘는 점, ④ 개사곡으로 인해 원곡의 사회적 가치 저하나 잠재적 수요 하락이 없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개사곡이 패러디로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한편, 방론에서 패러디로 보호되는 것은 원작에 대한 비평 풍자이고, 사회현실에 대한 것까지 패러디로 허용되기 어렵다 고 하여 소위 매개적 패러디를 보호대상에서 제외하였는바, 구체적 사건에서 직접적 패러디와 매개적 패러디의 구별이 어렵고 양자의 요소를 모두 갖는 경우가 적지 않은 점, 매개적 패러디는 사회문제에 대한 비평을 촉진하여 저작권자의 사적 가치 손실보다 이를 통해 얻는 사회적 이익이 더 크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② 아이비 “유혹의 소나타” 뮤직비디오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4. 5.자 2007카합856 결정)     

     

일본 애니메이션 업체인 신청인은 음반제작사인 피신청인이 제작 배포한 가수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 뮤직비디오상 등장인물의 용모, 복장, 사건의 구성 및 전개과정, 배경 장소, 화면구성 내지 편집 등이 신청인의 애니메이션 “파이널 판타지 7 어드벤트 칠드런”과 현저하게 유사하여 동일성 유지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였고, 피신청인은 저작권법 제28조의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공표된 저작물을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는데, 피신청인이 상업적 목적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 판매하면서 저작권자인 신청인에게 아무런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고, 신청인의 애니메이션과 현저하게 유사한 부분이 뮤직비디오의 주된 부분을 이루고 있는 점을 이유로 피신청인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https://brunch.co.kr/@jdglaw1/97



저작권에 대해 더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거나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자 하신다면 정동근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조율 정동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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