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학 석사가 알려주는 기능해부학 -서론
너의 이름은
회전근개 파열(Rotator cuff tear). 이제는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질병이다.
회전근개라는 엄청난 이름에 파열이라는 세상 다 끝난 듯한 느낌을 주는 단어가 합쳐져 다시는 어깨를 사용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네이밍이다. 왠지 모르게 나선모양으로 회전하듯 어깨를 감싸주는 근육이 여기저기 다 터져버린 듯한 이미지가 머릿속을 가득 메우며 듣는 이를 멍하게 만든다. 회전근개라는 것은 어깨관절을 감싸주는 인대들과 근육들을 말한다. 여러 근육들 중에서도 특히 극상근(Supraspinatus), 극하근(Infraspinatus), 소원근(Teres minor), 견갑하근(Subscapularis)을 이야기한다. 비전공자의 입장에서 아무리 근육 이름을 알려준다 한들 처음 듣는 외국어로 얘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마치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영어단어를 외울 때처럼 단순히 스펠링의 순서 외우기를 하는 듯한 느낌. 하지만 알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단어들이 아니다. 생긴 모습을 보고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대상의 이름을 따와서 이름 짓는 경우도 있고, 메인이 되는 뼈의 이름에 접두어와 접미어만 붙여주면 완성되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예를 들어보자.
아래 그림은 날개뼈(견갑골, Scapula)다. 날개뼈는 직각삼각형처럼 생겼으며, 후면을 보면 대각선으로 꼭짓점을 향해가는 가시 같은 구조물이 달려있다. 이를 견갑극(가시 극棘,Scapular spine)이라 한다. Spine이라 하면 척추를 지칭하는 말 같지만 가시 모양의 구조물을 spine이라 지칭한다.
자 이제 여기서 접두어를 붙여 근육의 이름을 붙여보자.
견갑극(Spine)의 위와 아래, 바닥면에는 근육이 하나씩 있다. '~의 위'라는 뜻을 가진 단어는 supra이고, '~의 아래'라는 뜻을 가진 단어는 infra, '~의 바닥의'는 sub다. 합쳐보자.
(1) Spine의 위 => Supra + Spine => Supraspinatus
(2) Spine의 아래 => Infra + Spine => Infraspinatus
(3) Spine의 바닥 => Sub + Scapula => Subscapularis
Supraspine, Infraspine, Subspine이 아니라서 배신감을 느꼈는가? 뒤에 atus와 aris는 어디서 나온 거냐고? 사실 근육의 영어식 명명법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서양에선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이 해부학의 기초를 다졌기 때문에 라틴식으로 표기를 하는 것이 전통이다. 뼈와 근육의 이름을 외우는 것은 단순 암기가 아닌 '응용 암기'라 생각하면 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름처럼 끝을 ~atus, ~aris, ~nus, ~nis 등으로 맞춰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몸의 근육들은 위와 같이 뼈와 뼈 각 부분의 명칭만 알면 이름을 알 수가 있다.
우리 약속 하나만 해
신체 각 부위의 이름을 알려주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 있다. 방향에 대한 이야기다.
본문에서 설명할 신체 각 부분의 방향은 모두 해부학적 자세(Anatomical position)을 기준으로 해서 설명한다. 그건 또 뭐냐고? 쉽게 말해서 팔을 쭉 펴고 손바닥이 하늘로 가게 천장을 보고 누운 자세를 말한다.
해부학적 자세에서 신체를 정확히 좌우로 나누는 정중선(Midline)이라 하고 이 선에 가까운 부분이 내측(Medial), 먼 쪽이 외측(Lateral)이다. 예를 들어 위의 날개뼈 뒷면 그림에서 왼쪽 경계선이 내측(Medial side), 오른쪽 경계선이 외측(Lateral side)가 된다.
신체의 중심에 가까운 부분을 근위부(Proximal), 반대로 먼 부분을 원위부(Distal)라고 부른다.
그 이외의 신체의 방향 설명을 위해 더 다루어야 하는 내용이 남아있지만 추후에 필요할 때 설명하도록 하겠다.
해부학 용어는 대한해부학회에서 정의하는데 시대가 흐름에 따라 조금씩 수정되어왔다. 해방 전까지는 독일어와 일본어로 쓰이던 용어들을 해방 이후 한글과 영어를 주류로 바뀌었다. 반세기에 걸쳐 의미가 혼동되지 않도록 우리말로 계속해서 수정되었으며 비교적 최근인 2014년까지도 용어의 수정이 있었다(출처-대한해부학회). 정말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필자에게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지 않나 싶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한자로 표기하던 용어들이 우리말로 바뀌어서 상완골은 윗팔뼈, 이두근은 윗팔두갈래근 등으로 바뀌었으나 우리가 접하는 서적이나 미디어에서는 아직까지 혼용되고 있다. 여기부턴 지극히 필자의 생각인데, 어떤 용어는 기존의 한자 표기본이 더 익숙하고, 또 다른 용어는 우리말로 바뀐 용어가 더 직관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한자로 표기된 구용어를 사용할지 아니면 한글로 표기된 신용어로 사용할지 고민이 있었는데, 비전공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과감하게 둘을 섞어서 글을 쓰고자 한다. 대신 혼동을 막기 위해 영어 명칭도 매번 함께 적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