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첫 이사

by 표고

1년 가까이 준비하던 이사를 마쳤다.

모든 게 다 끝났다는 생각이 이제와 또 든다. 그리고 꼭 그만큼 모든 게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물건 하나를 잘못 걸쳐놓으면 이리로 가도 저리고 가도 계속 채일 수밖에 없는 이 작은 집이 어릴 적 몇 시간이고 책상 밑에 기어 들어가 놀던 그때처럼, 어디로 튀어갈지 모르는 내 몸과 마음을 적당한 무게로 눌러주는 그 시절 그 무거운 이불처럼, 누구보다 까탈스러운 내 마음에 쏙 들었다가도, 소음 없이 가만히 집안의 기운을 느끼고 있노라면 가슴속 어느 한 구석이 갑갑해져 오는 것이 혹시나 모든 게 잘못되고 있는 게 아닌지 불안함이 밀려온다.

오래된 집은 적당한 습도를 머금을 줄 아는 대신, 나만큼이나 나이를 먹은 경첩이나 문짝들이 각기 제 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아 이따금 내가 아주 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조용하지만 조용하지 않다. 어쩌면 당연한 텃세를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깃들어 있는 것을 세심하게 알게 되는 날이 머지않아 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줬으면 한다.

당분간은 음악을 듣고, TV를 보고, 그렇게 그나마 익숙한 소음 속에서 살아야겠다.

자꾸 작아지고 무섭다.

어쩌면 삶의 첫, 나만의 집으로의 이번 이사가 오랜 걱정이 무색하리만큼 어떻게 끝났는지 모른 채 끝나버렸듯이, 시간만 려보내면 모든 게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며 매일 해야 하는 일들을 매일 해야지.

이사는 잘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