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시끄러운 술자리에서 1시간 반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와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왔다. 모임을 주최한 사람에게는 꽤 미안한 일이었지만 그 자리에 계속 앉아있기엔 주말 저녁이라는 시간은 매우 소중했으므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가 없어. 생각이 너무 어려.
어리니까 어릴 수밖에 없겠지만.
이자카야 문을 박차고 나오면서 친구에게 했던 말이었다.
모든 대화를 시시껄렁한 농담으로 끝내려는 건 어린 치기인지. 젊음 하나만 믿고 까부는 것 같은 기분은 내 자격지심에서 나온 건지. 몇몇의 어린 친구들은 오로지 분위기를 띄워보겠다는 생각만 있는 것처럼 굴었고 나는 그 분위기에 적응되지 못한 채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을 느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지하철에서 졸린 눈을 비볐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를 반기는 털북숭이 고양이와 따뜻한 조명에 마음을 놓자 이제는 진짜 잠이 쏟아졌다. 세상에 이렇게 피곤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곤히 몇 시간을 자고 일어난 주말 아침,
고양이 발톱을 깎아주고, 차를 내리고, 조명을 켜고 읽던 책을 펼쳐 들었다. 책을 몇 페이지 읽다가 문득
아, 이제 평온한 것만 할래!
이렇게 꼰대가 되어가나 보다.
물론 나는 어릴 때부터 타인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 어른들이 멋있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나이 먹겠다는 다짐은 자주 해오곤 했었는데 나에게는 영 불가능한 일인건지. 흥미 없는 사람들의 의미 없는 말들에 쉽게 집중력을 잃는 내가 실망스러우면서도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 만난 그 친구들은 1~2명을 빼면 나보다 10~12살이 어렸다. 어린 게 문제는 아니었다. 그중 몇 명은 아주 진중한 모습을 보이는 친구도 있었으나 종합적으로 관찰했을 땐, 내게는 어린 게 문제였다.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면들이 다 나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니 이건 분명 내 탓인 것 같은데, 나는 여전히 '이제 어린애들은 못 만나겠어.' 하고 만다.
어쩌면 나도 아직 어린 거겠지. 언젠가 그들의 농담도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날이 오려나.
하지만 지금은 역시,
아! 이제 평온한 것만 하겠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일기를 쓰는 일
주광색보다 주백색 조명을 켜는 일
금요일부터 주말엔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
많은 사람과 시끌벅적한 저녁 식사보다 좋아하는 사람과 집에서 영화 보는 일을 선택하는 일
고양이의 숨소리를 관찰하는 일
등등..
이렇게 나는 꼰대가 되어가고 젊음으로부터 고립되어 가는구나, 싶지만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