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을 대할 때 자주 죽음을 생각한다. 당장 내일 죽는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면 조금 더 견디고 싶은 마음이 들고, 상처되는 말보다 좋은 말을 한 번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어떤 때는 이런 면 때문에 자존심을 세워야 할 순간조차 굽히는 나 자신을 안다. 하지만 내 마음이야 어찌 됐든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는 나는, 자존심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리고 자존심을 부려야 하는 관계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도 안다. 물론 자존심이 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도 안다. 이런 사람에게는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다고 말해주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도 안다. 내 사주엔 나무가 많아서 나는 그 모든 나무의 가지가지에 매달린 생각들을 다 아는데, 결국 나는 이기적이게도 자꾸 내일 죽을 것처럼 사랑하는 것을 선택하고 마는 그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