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우리는 곧 죽을 것이고, 그 다섯 명에 대한 모든 기억도 지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우리 자신도 한동안 사랑받다가 잊힐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 사랑이면 충분하다. 모든 사랑의 충동은 그것을 만들어 낸 사랑을 돌아간다. 사랑을 위해서는 기억조차 필요하지 않다. 산 자들의 땅과 죽은 자들의 땅이 있고, 그 둘을 잇는 다리가 바로 사랑이다. 오직 사랑만이 남는다. 오직 사랑만이 의미를 지닌다. (p207)
소설은 1714년 7월 20일, 페루의 한 다리가 무너지며 다섯 명의 여행자가 죽은 사건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다섯 명은 각자 다른 사랑을 하다가 큰 시련을 겪고 긴 시간 침잠하는 시간을 보내다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떠나는 길에 죽게 된다. 그 다섯 명의 이야기다.
유한한 삶에서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소설이다. 작가는 마지막에 나름의 답을 준다. 잊혀지고 없어진다고 해도 사랑만이 의미가 있다고.
이 소설을 읽고 9명의 사람들이 모여 독서모임을 했다. 각자 함께 나눠보고 싶은 질문을 1~2개씩 던지고 9명의 얘기를 모두 들어보는 형식으로 모임이 진행됐다. 나는 이런 질문을 했다.
만약 이 세상은 그대로인데, 나만 내일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제 막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데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은 소설 속 5명을 생각하며, 내 마지막을 예측해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 답은, ‘부모님 곁으로 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리겠다.’였고, 이 답을 생각하면서 어쩌면 부모님이 너무 슬퍼하는 게 아닐까 고민했지만 결국 조금 이기적인 마지막을 맞겠다는 것이 내 결론이었다.
그리고 모임에서 나눴던 대화를 기록하고 싶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는데, 50대인 한 커플의 대답을 남겨놓고 싶어서였다. 두 사람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A : 저는 B와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도란도란 일상적인 얘기를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낼 것 같아요.
죽기 전 하나의 일만 할 수 있다면 가장 소중한 사람과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데, 그게 그 일이에요.
그냥 평온하게, 그렇게 할 것 같아요.
B : 왜 이런 질문을 하셔서 이런 생각을 해야 하는지, 너무 슬퍼지는데요.
저는 제가 입었던 옷과 신발, 속옷 같은 걸 차곡차곡 잘 개켜서 박스에 넣어둬야 할 것 같아요.
A가 제 짐을 정리하면서 너무 길게 슬퍼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