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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동하는 거북이 Oct 02. 2024

운동 도전기: 헬스장 - 2

대학교에 입학해서 자발적으로 체육 수업을 내돈내고 신청했다

  바로 뒤에 산이 있고 앞에는 주택가였던 고등학교와 다르게 내가 졸업한 대학교는 정문이 번화가였다. 역에서 정문까지 맛있는 유혹, 특히 저렴한 테이크 아웃 카페가 엄청나게 많았다. 지금은 카페가 굉장히 보편화가 되어있고 대학생 뿐 아니라 초등학생도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지만 그 당시에는 지금만큼 대한민국이 커피공화국이었던 시절이 아니으므로 카페 음료를 거의 접하지 못한 나에게 신세계였다. 매일 수업을 들으러가며, 공강 시간에,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각종 음료, 특히 라떼류와 프라푸치노를 많이 마셨다. 문제는 이 음료가 지방과 액상 과당이 어마무시하게 들어있어서 살찌는데에 직빵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학교 포털에서 ‘피트니스 센터’를 우연히 발견했다. 클릭해서 들어간 그곳에는 각종 운동 프로그램과 헬스장 신청 메뉴가 있었다.

  나는 월수금 오전에 1시간씩 하는 4인 단체 PT 수업을 들었다. 당시에는 휴학 중이었음에도 오직 그 수업을 듣기 위해 왕복 2시간을 투자하여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었고 저녁에는 동네 헬스장에서 스피닝 수업을 들었다. 이렇게 오전 오후로 운동만 했던 2개월이 내 생애 가장 운동을 열심히 한 기간일 것이다. 흔히 맨몸 운동의 기본이라고 하는 스쿼트, 데드리프트, 플랭크 등등을 이 수업에서 처음 배웠다. 스쿼트 처음 배웠을 때 진짜 못해서 한 번에 해야하는 동작을 두 번으로 나누어서 했다. 데드리프트는 허리를 펴는 법을 몰라서 ‘허리 펴세요!’란 선생님의 말을 얼마나 들었는지. 플랭크는 정자세로 5초 버티기도 힘들었다. 선천적 몸치인 것은 어디 안간다.

  그동안 ‘성적’이 목적인 체육 수업에 안좋은 기억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수업에서는 달랐다. 이 수업에서는 내가 제일 못해서 항상 ‘힘내세요!’라는 응원을 받았고 배를 자극하니 나홀로 방귀를 여러 번 뀌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모두 웃지만 내가 운동 동작을 못해서 비웃지는 않았다. 그 때 감량한 체중은 1년 만에 또 돌아와버렸지만 그 때의 기억은 10년이 다되어가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렇게 몸치인 나도 응원을 받으며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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