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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동하는 거북이 Sep 27. 2024

몸치는 왜 생존형 운동을 시작했는가 - 6

체력이 왜 중요할까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학생 때 다른 애들이 모두 열공할 때 잠만 잤던 나의 모습과 퇴근 후와 주말에 잠만 잤던 나의 모습(그러고 보니 거의 잠만 잤다)에서 이미 알고 있었다. 잠만 자느라 다른 걸 할 수가 없었다. 대학원을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원 연구는 과목 담당 교수나 조교가 거의 다 해주는 대학생의 실험 수업 등과 다르게 자기가 처음부터 다 설계해서 진행을 해야 한다. 내가 대학원생이 되어서 직접 연구를 해보니 이게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교수님이 ‘MZ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치킨의 시제품을 만들고 표본 100명 정도 평가 보자’고 연구 주제를 제시해 준다고 하면 대학원생은 양계장에서 치킨용 닭을 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학교 수업이라면 아마 조교가 미리 열심히 튀긴 닭과 소스 재료까지 다 제공해 주고 소스를 배합해 보라고 할 것이다 물론 교수님과 연구 방향과 중간 결과를 확인해야 하므로 주마다 미팅을 하면서 연구 성과를 어느 정도 공유드려야 한다.

  이런 맨땅에 헤딩은 직장 생활에서 수없이 겪어서 정신 무장이 어느 정도 되어있었지만 문제는 다른 부서에 물어볼 수라도 있었던 회사와 다르게 전혀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었다(구글에 영어로 검색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미래의 시간이라도 끌어다가 쓰고 싶을 정도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간신히 논문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연구를 진행해서 논문 작성을 위해 새벽에 열심히 홀로 창작의 고통에 머리를 싸매는 동안 지도 교수님이 작성 플랫폼에 들어오신 것을 자주 보았다. 우리 연구실은 Overleaf(LaTex이라는 문서 편집 언어로 각종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는 온라인 툴이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작업이 가능하며 인라인 댓글을 달 수 있다.)를 사용하여 논문을 작성하였고 동시에 편집이 가능하므로 어떤 사람이 들어왔고 어느 부분을 작성하고 고치고 있는 지를 볼 수가 있었다. 교수님은 낮에는 수업과 행정 업무를 하시고 밤에 연구지도를 하시는 것으로 보였다. 오직 연구(와 게임)만 하는 일개 대학원생인 나조차도 이렇게 골골거리는데 교수님은 잠이 없으신 것인가. 후에 교수님은 말씀하셨다. 대학원 생활을 버티려면 머리가 엄청 비상하거나 체력이 좋아야 한다고. 당신께서는 후자였다고 말이다. 나는 둘 다 안되었다. 그리고 둘 다 안 되는 나는 원대한 목표는 저버리고 졸업만 하자는 생각으로 버텼다. 하지만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 교수님도 예전에는 대학원생이었을 것이고 그때보다 지금이 더 할 일이 많으실 텐데 저렇게 다 해내신다. 나도 점점 할 일이 많아질 텐데 이런 체력으로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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