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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동하는 거북이 Sep 27. 2024

몸치는 왜 생존형 운동을 시작했는가 - 5

결국 산에서 나홀로 돌아오는 사달이 터졌다

  우리 가족(정확히는 부모님)은 산을 참 좋아한다. 가족 여행의 목적이 산행이다. 2022년 여름에 우리 가족은 강원도로 여행을 갔다. 산을 간 이유는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암묵적으로 자유로운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산에서는 대부분의 등산객이 마스크를 벗고 다녔다. 실내 헬스장이 아닌 산처럼 트여있는 공간에서 굳이 마스크를 써야 할 필요를 모두 못 느껴서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마스크를 쓰고 유산소 운동인 등산이라.. 쉽지 않다..

  첫날은 하이원 리조트의 트래킹 코스(리조트가 아니다)를 갔다. 처음에 아빠가 내비에 ‘하이원 리조트’를 찍길래 리조트에 놀러 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리조트 쪽이 아니라 곤돌라 쪽으로 간 부모님은 ‘강풍으로 곤돌라 휴무입니다’라는 안내 표지판을 발견하셨다. 그렇다. 원래 계획은 곤돌라를 타고 ‘산’을 오르고, ‘산’을 내려오면서 경치를 보는 철저하게 ‘산’을 위해서 온 것이었다. 곤돌라로 산을 오를 수 없으니 걸어서 올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가기에는 아쉽다는 이유였다. 결국 등산로 초입을 갔다. ‘초입’ 임에도 힘들었다. 원래 등산은 처음이 몸이 덥혀지지 않아서 힘들다(이건 모든 운동이 그럴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 힘들었다. 이렇게 산을 오를 때 힘든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산을 다녔고 가족 여행 때마다 산을 다녔어서 어느 정도 등산 경력(?)이 있는 나였다. 뭔가 내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았다. 가족들은 모두 잘 앞으로 나아갔고 나는 간신히 따라갔다.

  그러다가 문제의 ‘곤돌라’를 탔으면 내렸을 지점에 도착했다. 그리고 길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눈이 없는 스키장 경사로(아마 관리 차량용 길)를 내려왔다. 흙길이 시멘트, 아스팔트 길보다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푹신함 때문이다. 경사로는 시멘트길이었기에 산에서 하산하는 것보다 난도가 높았다. 스키장 슬로프처럼 가파른 건 덤이었다. 종아리에 힘을 잔뜩 주고 긴장하면서 내려오는 수밖에 없었다.

  다 내려와서는 주차장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란 걸 깨달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능선을 한 바퀴 돌거나 왔던 길로 내려왔어야 하지만 이상한 길로 내려오는 바람에 망한 것이다. 주차 안내 직원에게 길을 물어봤으나 셔틀버스 타는 곳을 잘못 알려주어 버스를 놓쳐버렸다. 그때 무모하게 걸어서 가보자는 계획을 세웠으나 매우 허무맹랑한 소리였고 결국 차를 세웠던 주차장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택시 기사가 ‘이 길을 걸어가려고 하셨어요?’라는 말씀을 하실 정도로 걸어가려고 했던 길은 거리가 꽤 되고 위험한 길이었다.

  매우 오랜만의 활동적인 야외 활동은 무척 험난했다. 첫날은 잘 버텼지만 문제는 그다음 날이었다. 첫날 하이원리조트에서 고생을 한 뒤 숙박지인 원주 백운산 휴양림에서 하룻밤을 잤다. 부모님이 휴양림에 온 이유는 산속의 숙소에서 쉬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휴양림을 가기 위해서이다. 저녁에 산에 가면 매우 위험하니 아침을 먹기 전에 등산을 하자는 (난 동의하지 않은) 계획하에 모두가 일찍 일어났다. 숙소에서 등산로까지 가는 길은 시멘트 길(관리차량용 도로)이었다. 어제는 몸이 버틸만한 수준이었지만 이미 시멘트 길을 걸을 때부터 어제보다 더 갈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숨이 너무 찼고 다리가 아팠다. ‘좀만 참아봐’라는 엄마의 다그침에 참아보려고 했지만 더 이상 갔다간 돌아오지도 못할 것 같았다. 휴양림의 완만한 등산로 마저 갈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제대로 된 등산로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포기 선언을 했다. 결국 숙소 열쇠를 받아서 왔던 길로 ‘나만’ 돌아왔다. 돌아와서 아직 개지 않은 이부자리에 누웠다. 누워서 생각에 잠겼다.

  왜 이런 사달이 났을까? 마지막에 제대로운동이라고 한 운동은 코로나19 사단 한참 전인 2년 반 전이다. 그 뒤로는 밖에서 가끔 산책한 것 외에는 땀을 내는 격한 운동을 한 적이 없다. 간간히 가족 여행으로 산을 가긴 했지만 해가 갈수록 체력은 계속 떨어지고 올려주지를 않으니 결국 한계에 다다른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하이원리조트에서 예전의 체력을 생각하고 고생한 것도 한 몫했을 것이다. 바로 체력 향상의 목적으로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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