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늦은 기별(奇別), 종이 신문을 보는 이유

형광펜으로 읽는 세상 수업

by 글터지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종이 신문을 구독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경제신문과 한겨레신문입니다.

매일 새벽 배송이 되지만

퇴근해서야 읽게 되는 '기별'지입니다.


기별(奇別)이라 하면,

조선시대 승정원에서 처리한 일을

매일 아침 적어서 반포하던 문서입니다.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표현도

여기서 나온 말이지요.


스마트폰을 열면 실시간 이슈가 쏟아지고,

라디오나 티브이만 켜도 속보가 흘러넘치는 시대.

종이 신문을 펼칠 이유가 있느냐는 생각도 듭니다.


정치나 사회문제에 특별한 애정이 있어서

신문을 구독하는 건 아닙니다.

제겐 종이신문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속보에 쫓기지 않는 여유가 있습니다.

어제 소식을 오늘 접하면서

급하게 반응하기보다 차분하게 곱씹을 수 있습니다.


또한 지면 배치를 따라가다 보면

평소 관심 없던 주제에도 눈길이 가기도 합니다.

스마트폰 알고리즘에 가려 편협한 눈으로

세상을 보지 않겠다는 저만의 다짐이기도 한 거지요.


제가 종이 신문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각종 기사 자체라기보다 글의 흐름을 배운다는 겁니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는 제목위주로 보면서

어쩌다 관심 있는 주제를 세세하게 읽기도 하지만

매일 두 신문에서 사설 한 개씩을 정독합니다.


어떤 문장으로 독자를 설득하는지 살펴봅니다.

때로는 그 문장을 디지털 필사로 옮기기도 합니다.


하루 노동을 마치고 퇴근해서 읽는

하루 늦은 기별지는 활자를 손으로 넘기는 촉감을

선물해주기도 하면서 세상을 보는 해상도를 높여줍니다.


매일경제는 경제 공부를 하겠다고 구독했고,

한겨레는 세상을 보겠다고 구독했는데

우연찮게 서로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됩니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입체적 시각을 갖는 의미가 있지요.


신문을 읽을 때 필요한 건 오직 형광펜 하나뿐.

줄을 긋고, 표시하고, 곱씹다 보면 하루 늦은 기별지는

제게 글쓰기 선생이 되어 있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글선생이

매일 집으로 찾아오는 셈이지요.


오늘은 어떤 소식과 문장이 찾아올지 궁금합니다.

종이 향과 잉크 냄새가 뭍은 지면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문장을 배우는 중입니다.


모두, 좋은 기별이 있는 금요일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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