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균형을 맞춰 가는 것
배송 노동을 하면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면
심하게 졸릴 때가 있습니다.
오래 운전을 하고 다녔기 때문에
졸리다 싶으면 갓길이든 휴게소든 들러서
쪽잠을 자곤 합니다.
그래서 머리를 대기만 하면 잠든다고 해서
제 스스로 '대기만잠형 인간'이라고 하지요.
(대기만성으로 쓰면 좋겠습니다. ㅠㅠ)
며칠 전, 배송을 마치고 창고에 복귀하는데
창고 도착을 얼마 남기지 않았는데
급격하게 잠이 쏟아집니다.
창고에 도착해서 차를 주차하자마자
운전대를 잡고 잠깐 잠이 들었습니다.
창고에 도착했다고 마음을 놓아서인지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꿀잠이 들었지요.
얼마나 흘렀을까 유통 물류 기사가
주간 배송을 해주려고 들렀다가
제가 차에서 운전대를 잡고 쓰러져 있으니
겁이 덜컥 나서 저를 깨웁니다.
"사장님!, 사장님!, 괜찮으세요?"
"음.. 사장이요? 누구요?.." (헤롱헤롱)
상대를 알아보곤 제가 오히려 깜짝 놀랐지요.
"졸려서 잠깐 존다는 게 그만.."
"혹시 쓰러지셨나 싶어서 깜짝 놀랐어요"하며
자신이 배송해야 할 물건과 송장을 놓고
차를 몰고 떠나갔습니다.
그는 아마 누군가가 위급상황에 처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을 관심과 배려가 있는 겁니다.
한편, 며칠 전 집에 주문하지 않은
포장선물 세트가 배송 돼 있습니다.
이전에 살던 분께
누군가 선물세트를 보낸 것 같은데
이름도 식별이 어렵고, 연락처도 없어서
이걸 집에 들여 보관을 해야 하는지
문 앞에 그냥 놓아두어야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흰머리 소년께선 분실을 우려해서
집에 보관하다가 받으러 오면 드려야 한다고 했고,
저는 그냥 밖에 둬야
마음 편하게 찾아가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결국 문 앞에 내놓은 채 며칠이 지나고 있습니다.
적당한 무관심이
때로는 배려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건 아닌가
누군가의 관심이
한 사람을 살리는 순간이 있고
때로는 적당한 무관심이
오히려 편안한 선택이 될 때도 있습니다.
어쩌면 배려라는 게
적극적이지만도 않으면서
늘 뒷짐 지고 있는 것만은 아닐 겁니다.
상황에 맞게,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 가볍게 손 내밀거나
때로는 조용히 물러나 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