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눈치 보기'가 괜찮은 이유

커피숍을 다녀와서

by 글터지기

오래간만에 집 앞 커피숍에 왔습니다.


편안한 거실 서재를 두고

시끌벅적한 커피숍에 온 이유는

자발적 눈치 보기 위해섭니다.


오늘은 쓰려고 하는 책의 목차를

기어코 정리해 보겠다고 다짐한 날입니다.


익숙하고 편안한 집에서 하려다가는

졸리면 졸고, 졸다 보면 눕게 될까 싶었습니다.


유치하고 졸렬하지만

사람들이 많은 환경에 나를 놓아보면

눈치 보는 허세를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얌체같이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두 시간을 앉아서 목차를 정리했습니다.


정리했다고는 하지만

그저 리스트를 나열한 정도뿐입니다.

집에서 했다면 지금쯤 침대에 있지 않을까.


얌체 같고 유치하고 졸렬하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이게 다 '눈치 보기' 덕분입니다. 하하하


점심시간이 지나자

어린 친구들부터, 공부하러 오는 학생들,

수다 삼매경에 빠진 어른들까지

소란해진 틈을 타서 노트북으로 글을 씁니다.


얼마전 짧은 쇼츠 영상을 하나 봤습니다.

생수 1병이 마트에서는 천 원에,

비행기에서는 5천 원에 팔린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물의 본질이 달라진 게 아니고

놓여 있는 환경이 다를 뿐입니다.


그 영상을 떠올리며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오늘 제 모습이 꼭 그 생수 같았거든요.


집에서는 천 원짜리 집중력이

커피숍에선 오천 원짜리 몰입으로

얌체같이 바뀐 거니까요. 하하하


커피 한 잔 값으로 산 두 시간,

그 안에서 얻은 건 단순한 '목차 리스트'가 아니라

'환경이 나를 움직이게 한 힘'이었습니다.


스스로를 잠시 '다른 환경'에 풀어 놓아

평소보다 조금 더 값진 시간을 보낸 셈입니다.


이제 다시 제 서재로 돌아가

나열한 목차 리스트를 다듬어 봐야겠습니다.


'자발적 눈치 보기'

이거 꽤 괜찮은 수법 같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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