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미소가 어울리는 얼굴이기를

나답게 나이들어 가겠습니다.

by 글터지기

벌써 10년도 더 된 기억입니다.

울릉도와 독도 여행을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여행사 투어를 낀 여행길이어서

다른 여행팀이 몇 분 함께 했습니다.


유독 기억에 남는 남자 어르신 두 분이 있습니다.


한 분은 편안한 인상에 조용히 다니셨고,

한 분은 가는 곳마다 막걸리 한 사발을 드시고

취한 발걸음으로 웃고 즐기셨습니다.


우연히 어느 식당에서 옆자리에 앉아

막걸리 한 잔 하라며 권하시는 잔을

권하는 거 사양 못하는 단점을 가진 제가

덥석 들이켜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편안한 인상의 어르신은

어린 시절 미국 유학을 가서 이민까지 했고,

술 취한 어르신과는 부랄친구라고 했습니다.


오랫동안 보지 못해 너무 그리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죽기 전에 친구와 울릉도, 독도는

한 번 봐야겠다 싶어서 여행비용을 비롯한

일체를 편안한 인상의 어르신이 부담하시고

함께 오른 여행길이라고 했습니다.


산책길에서도, 등산길에서도, 식당에서도

두 분은 언제나 마주 앉으셨습니다.

막걸리 어르신은 언제나 그간 살아온 삶을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셨습니다.


한 분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웃고 떠들고,

한 분은 그런 친구를 부축하고

식탁에 마주 앉아 그윽하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손주 손녀는 모두 한국에 있다며

여행을 마치면 보러 가겠노라 말씀하셨지요.


그 어르신의 웃음이, 미소가

그 후로 잊히지 않습니다.


내가 나중에 나이가 들면

이 어르신처럼 편안한 웃음을 가진

얼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달, '미라클 주니' 오프라인 모임에서

함께 새벽을 지키는 글벗들을 만났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를 많이 챙겨주시는

'하니오웰'님께서 커피 한 잔 하는 시간에

농담처럼 웃으면서 제 사진을 찍어 주셨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ipapa_go



보내준 사진을 보면서

제가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을 모처럼 마주했습니다.


다른 사진들도 많은데 유독 하니오웰 님이

찍어서 보내주신 사진이 계속 마음에 담깁니다.


울릉도에서 만난 어르신이

이런 미소를 짓고 있었던가.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 내 미소인가.


그간 닉네임과 프로필 이미지 뒤에 숨어

내가 아닌 내 모습을 그려왔습니다.


내 삶이 부끄럽기도 했고,

누군가 저를 알아본다면 가식적이라

손가락질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저를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오늘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이 사진으로 모든 프로필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이제 당당하게 제 길을 가겠습니다.

제가 짓는 미소에 제가 행복하면 그만입니다.


더 나이 들면 더 평안한 미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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