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서 따뜻한 명절

매일 기적을 쌓습니다.

by 글터지기

명절에는 고향에 있는 부모님을 찾아뵙고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갖기 위한

1단계를 옛말에 '계좌이체'라고 했습니다. 하하


어제 중학교 담임을 하고 있는

우리 집 저승사자(딸)가 집에 왔습니다.

오늘은 골프장에서 캐디를 하고 있는

천둥벌거숭이(아들)가 온다고 합니다.


이것들은 효도 1단계를

아직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못된 걸 '아빠 닮았다'라고 하는 겁니다. 하하


아이들 엄마 없이 15년을 지냈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선 집에 와도

그리운 엄마 음식이 있을 리 없고,

손주들 왔다고 함박웃음 짓는 할아버지와

책 읽고, 글 쓴다고 폼 잡는 아빠만 있는 집이지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재미없는 방문입니다.


그게 마음이 쓰여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삼겹살이나 구워 먹으려 해도

육식을 아예 안 하시는 흰머리 소년을 고려해서

그저 평범한 먹거리를 포장해 오곤 합니다.


그래서 선택한 메뉴가 '만두전골'입니다.

다행히 집 앞에 맛집이 있어서

퇴근하는 길에 들러 포장해 온 걸

저녁에 식탁에 올린 겁니다.


저승사자가 중학교 3학년 때 구매한

전자 피아노를 창고에서 거실에 꺼내고

혼자 연습한 지브리 음악을 연습하기도 합니다.


동영상이나 음성 녹음을 좀 해달라고 해도

'아빠는 허락 없이 업로드하니까 안된다'

눈으로 욕설을 날립니다.


흰머리 소년께도 일침을 날리지요.

"할아버지! 자꾸 어디 가서 뭘 자꾸

사 오신다면서요? 그러면 돼? 안돼?"


천만다행입니다.

이 녀석 아빠라는 게.

동생이나 아들이었으면 어땠을지... ㅋㅋㅋ


평소 먹고 싶다던 설빙 팥빙수를 주문해서

숟가락으로 떠먹으며 흐뭇하게 웃었습니다.

그렇게 늦게까지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다음날은 한 시간쯤 늦게 눈이 떠집니다.

다행히 오늘은 추석입니다.

출근하지 않는 평온한 날이지요.


평소 조용하던 윗집에서는

차례를 지내려는지 책상 끌리는 소리,

의자 끄는 소리,

뭔가를 내려놓는 소리가 울립니다.


비가 내리는 거실 밖 풍경을 바라봅니다.


거실에서 울린 피아노 건반 소리,

흰머리 소년이 빙수를 뜨며 웃던 모습을

떠올리며 미소 짓는 아침입니다.


제게 명절이란

세상 누구보다 평범하고,

특별할 거 없는 휴일의 다른 모습입니다.


이것들이 언제부터

아빠하고 맘먹게 됐나 싶지만 정겹습니다.

이제 함께 살아가는 어른으로 성장했다는 게

마냥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니까요.


이제 아이들의 주문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아빠만 잘하면 우리 집 아무 문제없어"


아이들에게 '아빠 책 쓴다'라고 했더니

'꼴에?' 요딴 눈치입니다. 하하하


그래도 말로는 응원을 보내 줍니다.

"대단하십니다요~~"

에라. 이게 응원 맞냐? 하하하


정말 별거 없는 명절 아침입니다.

엄마 없이도 잘 자라준 아이들이 고맙습니다.


흰머리 소년께서 함께하시는 기적에 더해

아이들의 농담과 웃음이 또 기적입니다.


그렇게 기적을 쌓아가는 또 하루를 시작합니다.


모두, 기적 같은 추석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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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자~~ 이제 적어라

카카오 뱅크, 1234-5678......

1단계를 시작한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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